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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집행은 KBS가 알아서” 수신료 납부 거부 부추기는 정부

등록 2023-07-06 15:37수정 2023-07-07 02:30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진 기자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진 기자

티브이 수신료 분리 고지·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을 강행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수신료 분리 징수가 ‘납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며 ‘납부하지 않더라도 불이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6일 밝혔다. 이는 수신료 납부 의무와 미납시 가산금 부과 등을 규정한 현행 법 취지와 동떨어진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이날 오전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 시기에 대한 입장자료를 내어 “이번 방송법 시행령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 이에 따라 개정 절차가 완료되자마자 그 후에는 티브이 수신료(월 2500원)를 납부하지 않는 세대가 있더라도 한전은 이를 ‘전기료 미납’으로 보지 않고 ‘단전 등 불이익 조치’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추가 자료에서도 “분리 징수는 수신료 ‘납부 선택권’을 국민들께 돌려드리자는 것”이라며 “수신료 분리 징수로 인해 ‘수신료 납부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나 납부하지 않더라도 한전 차원의 단전 등 강제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전력공사는 <한국방송>(KBS)과 맺은 위·수탁 계약에 따라 수신료 고지·징수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계약 기간은 2024년 12월 말까지다.

방통위의 ‘납부 선택권’ 주장과 달리 상위법(방송법 64조)에서는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납시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방통위의 설명도 법적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역시 방송법(66조)에선 수신료를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았을 때 수신료의 5% 내(2019년 시행령 개정으로 3%)에서 가산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체납액에 대해선 강제징수가 이뤄질 수 있다.(국세징수법 24조) 한국방송이 이를 부과·징수하고자 할 때 승인을 얻어야 할 곳이 방통위다.

방통위는 수신료 미납시 가산금까지 내야 할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법률상 가산금이 붙을 수 있으나, 납부하지 않는 국민에 대해 강제집행에 나설지는 전적으로 케이비에스가 자체 판단하여 결정하고 집행할 문제”라며 “국세 체납의 경우에도 법률 비용이 체납액보다 더 높으면 강제집행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시행령 졸속 개정과 법적 근거가 희박한 정부의 ‘납부 선택권’ 주장이 수신료 납부 거부와 대규모 체납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 책임마저 한국방송 쪽으로 돌린 것이다.

이에 대해 강성원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방통위가 납부 선택권을 운운하며 사실상 수신료 납부 거부를 조장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체납에 따른 강제집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처럼 입장을 내는 것은 방통위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방통위가 수신료 분리 징수 이후 예상되는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 붕괴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는 것 역시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한국방송이 지난달 23일 방통위에 낸 의견서를 보면, 분리 징수시 수신료 순수입은 기존 6274억원(2022년 기준)에서 1936억원으로 3분의 1도 못되는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기요금 결합 고지·징수가 시행되기 직전인 1993년의 티브이 수상기 등록률 및 수납률을 적용한 추정치다. 이에 한국방송은 “(분리 징수는) 단순히 징수 방식 변경이 아니라 사실상 공영방송 재정이 붕괴되는 사안”이라는 우려를 전달했으나, 방통위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언론계에선 정부가 개정안 시행에 따른 혼란과 관련해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5일 방송사노조협의회가 연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의 법·제도적 쟁점과 진단’ 토론회에서 “수신료가 줄면 부족해지는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지 (정부가) 제시해야 하는데 한마디도 안 하고 있다”며 “정부가 ‘수신료 안 내도 된다’고 한 적은 없지만 사람들은 이미 수신료를 안 내도 된다고 이해하는 만큼, 수신료를 안 냈을 때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정책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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