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인 신장식 변호사가 4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지난달 2일 <문화방송>의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이하 <뉴스 하이킥>)이 방송 3개월 만에 라디오 청취율 전체 1위(10.3%)에 올랐다. 6년 동안 1위 자리를 지켰던 <김어준의 뉴스공장>(티비에스)이 지난해 말 폐지된 뒤 두번째로 진행된 청취율 조사(4월4~17일) 결과였다. 직전 1라운드 청취율 조사(1월4~17일)에선 <두시탈출 컬투쇼>(에스비에스)가 9.2%로 1위였고, <뉴스 하이킥>은 3.6%였다.
진행자인 신장식씨는 변호사이자 정치인이었다. 민주노동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그는 정의당 사무총장까지 맡았고 2021년 8월부터 <티비에스> 라디오에서 <신장식의 신장개업>을 진행하기 시작했지만 시사 방송 진행자는 대선 기간 당적을 가질 수 없다는 방송 관련 규정에 따라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탈당했다. 지난해 말 <신장개업>이 폐지되자 올해 1월 <뉴스 하이킥>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력을 향한 거침없는 목소리’가 <뉴스 하이킥>의 인기 비결로 꼽히지만, 여권에선 패널 선정과 내용이 편파적이라고 비판한다. 지난 4일 신 변호사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스프링노트에 인터뷰 내용을 꼼꼼히 적었다. 그는 평소에도 좋은 아이디가 떠오를 때마다 틈틈이 기록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진짜 자유’가 뭐냐고”
―<뉴스 하이킥>은 1월16일 첫 방송 뒤 3개월 만에 라디오 청취율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청취자의 ‘갈증’이라고 봅니다.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얘기와 다른 목소리를 듣고 싶은 많은 이들이 느낀 갈증을 <뉴스 하이킥>이 다소나마 해소해줬다고 생각합니다. 마이클 S 최 미국 유시엘에이(UCLA) 교수(정치학과)가 쓴 <사람들은 어떻게 광장에 모이는 것일까?>라는 책이 있어요. 책에선 독재에 저항하는 시위를 예로 드는데요. 소수만 거리에 나왔다가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지만, 다수 시민이 광장에 모인다면 공권력도 물러서게 되죠. 이때 필요한 것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공감과 동질감을 느끼도록 하는 ‘공유 지식’(common knowledge)인데요. <뉴스 하이킥>을 통해 ‘나만 이런 갈증을 느끼는 게 아니구나’라고 함께 생각한 분들이 많이 들어주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1위 기록 뒤 피디와 작가 등 스태프의 반응은 어땠나요?
“라디오국 전체가 놀랐죠. 처음 시작할 땐 저녁 시사 1위 또는 전체 10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그런데 3개월 만에 라디오 전체 1위를 했으니까요. 문화방송사가 연말에 주는 보너스를 앞당겨 주셨죠.”(웃음)
―<뉴스 하이킥>을 맡은 뒤 여러 이슈가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인터뷰한 사람 가운데 기억나는 세 분만 얘기해주신다면요.
“먼저,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에서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편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습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김도형 단국대 수학과 교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요. 제이엠에스를 탈퇴한 김 교수가 한 충격적인 날 것의 얘기가 기억이 납니다. 두 번째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 3월31일 관람차를 타고 순천만 정원을 돌아보는 사진이 논란이 됐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였던 장철영 행정사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대통령실 출입 기자가 장 행정사에게 ‘요즘 대통령실 직원들이 김건희 여사를 브이아이피(VIP)2라고 부르는데, 이전 정부에서도 그런 표현을 썼느냐’고 물어봤다고 말했습니다. 사전 질문지에는 없는 내용이었는데, 대통령실의 권력관계를 보여주는 말인 ‘브이아이피2’가 화제가 됐죠. 마지막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와 한 인터뷰가 기억이 나네요. ‘블랙 스완’(검은 백조.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이란 말이 있죠. 과학자는 모든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과학적인 의견을 제시해야 하죠. 생명에 관해선 더욱 그렇죠. 서 교수님은 그런 얘기를 하신 것 같습니다.”
―방송(평일 저녁 6시5분~8시) 준비는 언제부터 하나요?
“24시간 준비하죠.(웃음) 온종일 뉴스를 체크해요. 오전 10시에 카톡으로 제작진과 회의하고, 오후 4시부터는 회의실에서 이슈와 관련한 기사·논문·판결문·법안 등을 찾아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며 정리해요. 그래야 입체적으로 방송할 수 있거든요. 낮 2~3시부터는 진행자의 시선이 담긴 논평 형식의 ‘신장식의 오늘’이란 코너를 위해 매일 제가 직접 글을 씁니다. 13포인트로 한 면 정도를 써요.”
―<뉴스 하이킥>에 출연을 요청하고 싶은 분과 그들에게 하고픈 질문이 있을까요?
“많아요. 살아계신 분도 있고 돌아가신 분도 있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 측근들에게 ‘정치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래도 누군가는 정치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물어보고 싶어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겐 ‘윤석열 검사를 왜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발탁하셨나요’라고 질문하고 싶죠. 고 노회찬 전 대표에겐 ‘지선(고 노 전 대표 부인) 누나에게 너무 한 거 아니에요’라고 묻고 싶어요. 윤석열 대통령에겐 ‘맥락이 어긋나는 자유를 매번 말씀하시는데, 정치·경제·인권 등 구체적인 분야에서 진짜 자유가 무엇인지를 듣고 싶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치인 외에도 경남 진주에서 반세기 넘게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해온 김장하 선생을 인터뷰하고 싶죠. 그분은 교육·인권·여성·노동·환경 분야에서 소리소문없이 운동하셨습니다. 이런 분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어요.”
―방송 아이템 선정 기준은 따로 있는지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매일 방송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그날 가장 핫한 이슈를 선정하는 거예요. 둘째는 핫한 이슈는 아니지만, 통찰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준비하죠. 예를 들면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환경문제가 한국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슈라는 점을 보여주죠.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은 챗지피티가 몰고 온 인공지능 시대에 부딪히게 되는 윤리적인 문제를 전합니다.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조 악마화와 주 69시간 노동 등의 이슈를 통해 진정한 노동의 가치를 얘기해요.”
―인기 있는 코너는 무엇인가요?
“먼저, 그날 이슈 3개를 뽑아서 소개하는 ‘뉴스신세계’요. 범람하는 뉴스 가운데 핵심을 뽑아 사실관계를 보여주고 논평도 더해주기 때문이라고 봐요. 청취자들이 ‘주방장 차림 메뉴가 어떤지 솜씨 좀 보자’는 생각도 있는 것 같아요.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과 장윤선 정치전문 기자의 정치토론도 인기죠. 장 소장은 국민의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장 기자는 취재를 폭넓게 해 정치권 속사정을 잘 알고 있어, 깊이 있는 내용을 들려주기 때문일 거라고 봅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나오는 ‘고수를 만나다’ 코너도 인기인데요. 박 전 원장은 ‘잡아갈 테면 잡아가라’는 마인드로, 이 전 의원은 ‘공천에 목을 매지 않는다’는 마인드로 얘기해요. 두 분 다 정치권 눈치를 안 보고 폐부를 찌르는 얘기를 많이 해서 인기죠. 참,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방송인 오윤혜씨도 인기입니다. 요즘엔 점점 ‘정잘알’이 되고 있어요.(웃음)”
―유튜브 조회 수가 높을 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본인이 가진 지식·정보·관점을 바탕으로 행간을 꼭 짚어줄 때 조회 수가 높죠. 날 선 권력을 향해 날 선 비판을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조회 수를 보면, 김도형 교수는 187만, 임은정 검사는 168만이 나왔습니다. 두 분 모두 자신의 지식·정보·관점을 바탕으로 교주와 검찰이라는 절대 권력을 향해 날 선 비판을 한 공통점이 있죠.”
―지난 3월14일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그때 상황은 어떠했나요?
“진행자는 사실관계가 아닌 걸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때 장 최고위원이 ‘민주노총 해체’라고 얘기했는데, 저는 ‘노조 지도부에 범법이 있으면 처벌하겠다는 것과 노조를 해체한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길 바란다’고 말했죠. 돌이켜 보면, 그분은 정치적 얘기를 한 거였고 저는 법률적 얘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님이 친 민주당 성향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저는 한 번도 민주당원인 적이 없습니다. 제 삶의 8할은 빈민운동, 지역 시민운동, 진보정당 운동입니다. 다만 저는 두 가지 믿음은 있어요. 한국 사회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 경제적으로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일진일퇴는 하지만 민주주의는 계속 발전할 거라는 믿음인데요. 이런 생각은 보수주의자의 관점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내가 보수주의자가 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때도 있죠.(웃음)”
―<뉴스 하이킥> 진행자로 제안받았을 때가 궁금합니다.
“표창원 전임 진행자가 (지난해) 12월에 그만두겠다고 해서, 제작진이 후임자를 찾고 있었어요. 제안이 왔을 때 저는 제일 먼저 (처음으로 라디오 진행을 맡았던) <티비에스>에 같은 시간대에 어떤 방송을 하는지 확인해 봤어요. 시사 방송을 계속하면 고민했을 거예요. 그런데 <티비에스>에선 교통정보와 음악방송 위주로 한다는 거였죠. 그래서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인 신장식 변호사가 4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오세훈 시장 밀어붙이기, 경쟁력 없어”
―처음으로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를 맡은 게 2021년 8월~2022년 12월까지 방송된 <신장식의 신장개업>(티비에스)이었죠?
“네. 진행자로 처음 하는 방송이어서 긴장을 많이 한 기억이 나네요. 그때 ‘왜 나를 선택했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작진에게 물어봤죠. ‘따뜻함’ 때문에 제안했다는 의외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제작진은 저에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과 따뜻함이 있어서 제안했고, 그런 시선이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어요. 그 뒤 방송을 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놓치지 말자고 계속 마음을 잡고 있습니다.”
―<신장개업>은 2022년 4라운드 조사에서 4.9% 청취율로 오후 시간대 1위를 기록했지만, 서울시의 출연기금 삭감과 시의회의 예산 지원 중단 등을 거치면서 폐지됐습니다.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사실 다 밝혀지지 않는 유무형의 압박이 더 많았어요. 하지만 저를 포함해 제작진들은 권력 비판의 톤을 낮추지는 않았죠. 다만 사실관계 오류에 대해선 대단히 예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걸 빌미로 잡아서 압박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죠. 시간이 지날수록 보도 기능을 강조하는 직원들과 그 반대쪽 직원들 사이에서 갈등도 나오면서 제가 스스로 떠나는 게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 그만두게 됐습니다.”
―티비에스 사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방송장악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오 시장은 원인을 진단하고 토론을 거쳐 이견을 좁히려고 노력해야 큰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티비에스 사태는 오 시장이 직원들을 코너에 몰아가 ‘내 제안을 받으라’는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비롯됐습니다. 이런 일 처리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결과를 낳아요. 지난 2일 서울시의 북한 발사체 경계경보 오발령 사태와 관련해서도 오 시장은 원인 진단을 생략한 채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본인 생각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일 처리 방식은 윤 대통령이 더 잘하니까, 오 시장은 대통령보다 경쟁력이 떨어지죠. 모르는 척하며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일 처리 스타일을 찾는 게 낫습니다.(웃음)”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인 신장식 변호사가 4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이동관 방송 장악? 국민들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등 국민의힘에서 ‘공영방송 라디오 패널편향’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유를 어떻게 보나요?
“영국 밴드 더 버글스가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라는 노래를 불렀잖아요. 그렇게 쇠락해 가던 라디오는 유튜브를 만나면서 힘을 얻는데요. 유튜브 플랫폼을 만나 쌍방향 소통이 강화되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거죠. 이런 현상에 대해 현 정부는 (현재 언론지형이) ‘진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믿고 있는 듯 보입니다.”
신 변호사는 이 대목에서 ‘진짜’를 여러 차례 강조하며 여권의 ‘기울어진 운동장’ 인식을 비판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면직 등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공영 방송을 손보려 한다는 논란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방송계에선 ‘10월 방송 대란설’이 흘러나옵니다. 총선 6개월 전까지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혹입니다. 한 전 위원장이 올해 7월 임기가 끝나는데도 무리수를 써서 면직하거나, 최민희 방통위원 추천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윤 대통령이 두 달여 가까이 임명을 미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방통위 구도는 한 전 위원장이 면직되면서 2대 1(여권 추천 김효재·이상인, 야권 추천 김현)입니다. 본회의 의결로 국회가 추천한 최민희 위원을 두 달 넘도록 임명하지 않는 이유는 이 2대 1 구도를 유지하면서 대통령 뜻대로 방송정책을 좌지우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거론되고 있는데요.
“이명박 정부 때처럼 방송장악은 쉽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한번은 비극이지만 또 한 번은 희극’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방송을 장악하려는 두 번째 시도에 대해선 국민과 언론인들이 호락호락하게 대응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인데 <겸손은 힘들다>, <매불쇼> 등 다른 프로그램에도 출연합니다. 이유가 뭔가요.
“3가지입니다. 첫째는 서슬 퍼런 권력에 많은 사람이 침묵하고 있을 때 저라도 떠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예요. 둘째는 <뉴스 하이킥>을 조금이라도 알려보고 싶어서예요. 마지막은 빚진 마음을 갚기 위해서예요. 저 역시 여러 프로그램에서 기회를 주었고 이를 통해 제 이름을 알렸죠. 그런 게 빚으로 남아 있어 조금이라도 갚으려는 마음에서죠.”
―시사 프로그램에서 어려운 시사와 법률 논란을 쉽게 설명하는데요. 어떻게 준비하는지요?
“어려운 내용을 쉽게 얘기하려고 무척 노력합니다. 고 노회찬 전 대표와 함께 일할 때, 쉬운 비유를 들면서도 통쾌하게 설명하는 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고 노 전 대표는 ‘우리는 좌와 우가 아니라 아래로 가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이념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뜻이죠. 바쁘게 일하다 퇴근길에 라디오를 듣는 보통 사람을 위해서는 고급지고 멋있는 말보다, 이해하기 쉽게 다가가는 언어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법률가여서 그런 점이 있겠지만 검찰에 비판적인데요.
“변호사법 1조 1항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변호사는 무엇보다 인권옹호와 민주주의에 앞장서야 한다는 뜻일 거예요. 그런데 검찰의 법 집행을 보면 인권과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경우가 있어요. 피해자 인권보다 자신의 권한을 함부로 남용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50대 노점상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기소됐을 때 제가 변호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30대 젊은 검사가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교통이 막힌다’며 노점상을 훈계하는 거예요. 그 검사는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권력에 도취한 듯 보였습니다. 또 다른 예는 민주주의에 관해서입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재판과 관련해 한 전 총리에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검찰이 수감자를 불러서 검찰 입맛에 맞는 증언을 하도록 ‘집체훈련’을 시켰다고 주장하는 한은상씨를 변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느낀 점은 모든 검찰이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 정치검찰은 국민이 맡긴 권한을 ‘내가 제일 세다’라고 생각하는 ‘중2’처럼 칼을 휘둘렀습니다.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모습이었죠.”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