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KT) 인터넷텔레비전 지니티브이가 최근 <통일티브이> 송출 중단을 일방적으로 결정·통보해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통일티브이의 간판 프로그램 <생생북녘>의 한 장면. 통일티브이 제공
국내 최대 유료방송사업자이자 통신사 중 한 곳인 케이티(KT)가 최근 <통일티브이> 송출을 무단으로 중단하며 논란을 빚고 있다. 케이티는 통일티브이가 ‘김정은 찬양과 북한 체제 우월성 선전’ 등의 내용이 담긴 방송을 내보냈다는 점을 송출 중단 사유로 밝혔는데, 사유 자체가 추상적인데다 통일티브이 쪽에 송출 중단 통보에 앞서 이를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자유언론실천재단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피디(PD)연합회 등은 케이티의 이번 조처와 관련한 공동 성명에서 “케이티가 적법한 절차 없이 통일티브이 송출을 중단한 것은 유료방송 역사상 유례없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등 관계 기관에 대해서도 “케이티의 위법하고 비상식적인 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인터넷텔레비전(IPTV) ‘지니티브이’(옛 올레티브이)를 운영하는 케이티는 지난달 18일 오후 통일티브이 쪽에 공문을 보내 방송 송출 중단 결정을 통보했다. 케이티는 공문에서 “귀사는 통일TV를 운영함에 있어 김정은을 찬양하는 내용이나 북한 이념 및 체제의 우월성 선전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키는 등 법적·국가적·사회적 공익을 저해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송출하여 왔다”고 주장한 뒤 이를 근거로 통일티브이와 맺은 채널 계약을 해지하고 송출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케이티의 송출 중단 조처는 공문 전달 두 시간 뒤 실제로 이뤄졌다. 사실상 송출 중단 통보와 동시에 방송을 끊었다는 뜻이다.
평화통일 전문방송을 지향하는 통일티브이는 2021년 5월 과기부 인가를 받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피피)다. 북한의 <조선중앙티브이> 화면 등을 활용해 북한 주민의 일상과 북한의 음식·역사·관광지 등을 주로 소개해왔다. 통일티브이는 앞서 2019년에도 두 차례에 걸쳐 피피 등록을 신청했으나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케이티 쪽과 방송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은 시점은 지난해 7월20일, 올레티브이 채널 262번을 통해 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한 건 약 한 달 뒤인 8월18일 0시부터였다. 통일티브이 방송이 실제 송출된 기간은 채 반년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케이티의 이번 방송 송출 중단 결정 과정과 내용을 들여다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먼저 케이티는 통일티브이와 매년 12월31일 종료되는 1년 단위의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었다. 첫해 계약의 효력도 지난해 12월31일 끝났다. 그 대신 계약서에는 “본 계약 기간은 계약 기간 만료일로부터 30일 전까지 양 당사자 일방의 서면에 의한 별도의 해지 의사표시가 없는 한 동일한 조건으로 1년씩 자동 연장된다”고 나와 있다. 다시 말해 케이티는 자신들이 ‘별도의 해지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 2023년 시작과 함께 자동 갱신된 1년짜리 계약을 18일 만에 일방적으로 해지·통보한 것이다.
진천규 통일티브이 대표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케이티 주장대로 우리가 김정은 찬양, 북한 체제 선전의 내용을 방송한 게 맞다면 계약 기간이 갱신되기 전 ‘주의’를 준다든지 했어야 할 텐데 지난달 공문을 보내오기 전까지는 케이티 쪽으로부터 단 한번도,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며 “송출 중단 통보 2시간 만에 방송을 끊은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료방송사업자가 사전 통보 없이 방송 송출을 중단하는 것은 과기부와 방통위가 마련한 ‘유료방송시장 채널계약 및 콘텐츠 공급 절차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에도 어긋난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케이티 지니티브이 등 유료방송사업자가 피피에 대해 재계약 불가나 채널번호 변경 등 불이익 조처를 취하려면, 사전에 소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소명 기간은 ‘1주일 이상’ 부여해야 하고, 소명에도 불구하고 재계약 불가 등 결정이 내려지게 되면 이를 계약 기간 만료 45일 이전에 통보해야 한다.
통일티브이가 내보낸 프로그램이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한 내용이라는 케이티의 주장도 석연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특정 채널의 방송 내용을 문제 삼으려면, 언제 방송된 어떤 프로그램이 왜 문제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케이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진 대표는 “북한 찬양에 해당하는 내용은 자체적으로 철저히 차단했다”며 케이티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을 펴고 있다는 입장이다.
케이티 쪽은 ‘통일티브이의 어떤 방송이 북한 체제 찬양에 해당하는가’ 등에 관한 한겨레의 질의에 “사전에 (기자들에게) 배포한 알림 이외에는 추가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변했다. 해당 알림에서 케이티는 “통일티브이가 김정은 찬양, 북한 이념 및 체제의 우월성 선전 등에 관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방송하여 왔음을 확인”했다고만 전할 뿐 문제가 된 방송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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