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강릉 강문해수욕장으로 함께 여행을 간 하운(왼쪽)이와 외할아버지 박진영씨. 김인수 주주 제공
‘요망지다 ’ 는 제주어로 ‘ 똑똑하다 , 야무지다 ’를 뜻한다 . 제주도 어른들은 똘망똘망하고 똑 부러진 아이를 볼 때 가장 큰 칭찬이 ‘ 아이고 잘도 요망지다 ’ 이다 . 8살 정하운군에게 딱 어울리는 수식어인 것 같다.
유전학 연구를 보면, 사람은 부모로부터 절반씩 유전자를 물려받으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전 영향은 거의 비슷하다 . 결국 어느 쪽을 닮는가는 확률론에 불과하다 . 그렇지만 대개 딸은 아빠를 닮고 , 아들은 엄마를 닮는다 . 그러므로 하운이는 엄마 , 그 엄마의 아빠인 외할아버지(박진영)의 유전형질을 닮을 확률이 꽤 높다고 본다 .
하운이의 엄마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그와 관련된 업종에서 열심히 사회활동을 하고 있으며 , 하운이의 아빠도 엄마와 비슷한 업종의 회사에서 맞벌이하고 있는데 ,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부모가 그렇듯 하운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한다 . 그래서 하운이는 평일 오후나 토요일에는 외할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였고 , 2021 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하룻밤을 자고 오는 여행까지도 자주 같이 다닌다 .
특히 이번 겨울 방학에 하운이와 외할아버지는 제주도 프라이빗 투어 ‘ 손녀손자 함께 여행 ’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신청해뒀단다 . “할비할미 모두 같이 시도 짓고 과학 실험도 하는” 보기 드문 기회이다. 그동안 하운이는 외할아버지와 강릉 강문해수욕장 , 실미도 , 한양도성 성곽길과 인왕산 , 북악산 , 낙산 , 목멱산 ( 남산 ) 완주 , 청와대 개방 북악산 , 백사실계곡 , 청계천 , 국립중앙박물관 , 전쟁기념관 , 국립한글박물관 , 국립고궁박물관 , 서울역사박물관 , 국립민속박물관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경복궁·창덕궁· 창경궁 등 고궁 , 서울대공원 , 잠실 한강공원 , 코엑스 , 롯데월드 , 고척돔 야구장 , 여러 키즈카페 등등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체험을 함께했다 .
사진가이기도 한 외할아버지 박진영(오른쪽)씨가 2019년 초여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하운(왼쪽)이를 찍고 있다.
하운이는 책 읽기도 아주 좋아한다 . 교보문고 , 삼성동 스타필드 별마당도서관 , 키즈카페 등에서 외할아버지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혼자서도 잘 지낸다 . 하운이는 외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많은 이야기를 귀를 쫑긋하며 아주 열심히 잘 듣고 , 또래들이 좋아하는 공룡을 비롯한 관심사에도 항상 앞서가며 , 패스트푸드든 된장찌개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 특히 하운이는 자연 속에서 뭔가를 깊이 관찰하고 , 궁금한 것은 외할아버지에게 물어 그 생각을 찬찬히 잘 듣고 , 스스로 이해하여 설명하는 데 무척 익숙한 편이다 . ‘2022년 과학 싹 큰잔치’에서 내가 운영하는 부스를 방문한 하운이는 외할아버지와 손전화 화면의 비밀을 체험하는 ‘편광 복굴절 광탄성 예술 2022’라는 창작실험을 어려움 없이 잘 해내기도 했다.
나와 절친인, 외할아버지 박진영은 가톨릭대 신학대학을 나와 신부님이 될 뻔했었고 , 고등학교 윤리 교사로 22 년 근무한 뒤 , 일본에서 수년 동안 무역업을 했다. 산악회·트 레킹· 모터사이클 등 동호회를 이끌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주유 해왔다 . 지금도 ‘은둔 외톨이’ 퇴직 교사를 위한 특별한 여행 프로그램 ‘스칼라 로드 디스커버리’(스로디)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 중이다 . 그 의 부친 , 즉 하운이의 외증조할아버지인 고 박동현 교수는 1972 년 한국 여행안내서 <구름에 달 가듯이> 를 펴내면서 책 속의 삽화까지 손수 그린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 덕성여대 물리학과 교수와 아마추어 천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제주어를 사랑하는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감히 말한다 . ‘ 하운이는 잘도 요망지다 . 그것은 외할아버지 박진영 , 외증조할아버지 고 박동현 교수를 닮은 덕분이다 .’
< 한겨레 : 온 > 에 발표한 내 졸시로 다시한번 두 조손의 아름다운 동행을 축하한다 . ‘ 손녀손자 함께여행 / 시도지어 적으면서 / 과학실험 까지하는 / 할비할미 모두같이 / 제주여행 만들고저 / 이공이이 엠브이피 / 남들보다 색다르고 / 결이다른 여행이니 / 스로디는 새론도전 / 지극정성 소망하올 / 쑥대낭섶 시새긴돌 / 바람따라 별이되리 / 오욕칠정 내려놓고 / 천륜까지 잊힌삶에 / 인간만사 새옹지마 / 입자위치 운동량을 / 정확하게 알수없듯 / 삶도결국 불확실성 ’
친구/김인수 주주
원고료를 드립니다-<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5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또 함께 성장해온 주주들에게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온(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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