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캐나다 아들에게 주는 엄마의 글
2021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2021 킹콩 내추럴 챔피언십’ 육체미 부분에서 우승해 챔피언 메달을 걸고 있는 아들 이강욱씨의 모습. 김미경 주주 제공
‘2021 킹콩 내추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강욱씨의 몸짱 뒷태. ‘운동요법 전문가’ 자격증도 땄다. 김미경 주주 제공
고교 졸업 때 ‘근육질 청년’ 변신
공군 헌병 대테러 진압반 ‘자원’
작년 토론토 ‘보디빌딩대회’ 우승 욱아 . 얼마 전 동창 딸의 결혼식에 갔었어 . 신랑이 헬스 트레이너라 하더라 . “ 내 아들도 그거 하는데… ” 했더니 친구들이 의아한 눈으로 엄마를 봤어 . “ 진짠데 ” 하면서 너의 ‘ 몸짱대회 ’ 사진을 보여줬어 . 다들 무척 놀라더라 . 한 친구는 “ 미경씨 뱃속에서 이런 아이가 나왔다고 ?” 하며 믿을 수 없대 . 하긴 ‘멸치’ 같은 두 사람 사이에서 ‘고등어’ 같이 탱탱한 아이라니 믿기 어렵겠지 . 엄마도 가끔 ” 야가 내 아들 맞나 ?” 하고 생각해 . 너 어릴 때를 떠올리면 그런 생각이 더 들지 . 어려서는 눈물 많고 무서움 많은 순둥이 . 초 · 중 때는 험한 소리 한 번 못하고 , 친구들 말은 싫어도 다 들어주던 삐쩍 마른 투덜이 . 아이들이 너를 만만하게 대하는 걸 괴로워했고 , 학교를 싫어했고 , 공부도 싫어했지 . 대안중학교에 가고 싶어했지만 아빠 반대로 이루지 못한 너는 고등학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어 . 네가 중학교 3학년 1학기 마치고 유학이라는 탈출구를 택했을 때, 1 년만 바람 쐬고 오라고 쿨하게 말했지만 사실 엄마 마음은 무척 아팠단다 . 뉴질랜드를 거쳐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엄마가 너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한 것 기억나니 ? 큰 덩치의 근육질 청년이 멀리서 오는데 “ 어 ~, 쟈 내 아들 같은데… 왜 아닌 것도 같지 ?” . 너는 모른 척 지나쳤다가 돌아오면서 “ 아들도 못 알아봐 ” 라고 엄마를 구박했지 . 한바탕 웃었지만 놀랍도록 덩치를 키운 이유가 캐나다에서 잘 나가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엄마는 또 한번 마음이 아팠지 . 군대 갔을 때도 엄마는 또 놀랐어 . 공군 헌병 대테러 진압반인 특수임무반에 가겠다고? ‘ 그 훈련이 얼마나 고되고 , 위험하고 , 담력이 세야 하는데 ... 겁둥이 내 아들이 저걸 한다고 ?’ 하며 반대했지 . 체력에 자신감이 붙은 너는 결국 특수임무반을 지원해 무사히 마쳤어 . 네가 입대하면서 했던 말 기억나니 ? “ 엄마 , 남자다운 남자가 되어서 돌아올게요. ” 곱고 여린 마음을 가진 너에게 ‘ 남자다워야 한다 ’ 는 얘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아마 너는 그걸 원했었나 보구나 . 더 몸짱이 되어 나타난 걸 보면, 독학으로 터득한 근육 만들기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키네시올로지(신체운동학)를 전공하고 싶다고 한 걸 보면 말이야 .
2005년 13살 때 성묘 갔다가 힘들어하는 사촌동생을 업고 내려오던 아들 이강욱군. 김미경 주주 제공
원고료를 드립니다-<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5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또 함께 성장해온 주주들에게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온(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연재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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