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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두번이라도 학교 가고 싶다는 하랑아~어린이날 축하해”

등록 2022-05-05 19:48수정 2022-05-06 02:35

[축하합니다] 초등학교 입학한 딸에게 주는 엄마 김진이씨의 글
2022년 3월 초등학교 입학한 박하랑 어린이. 김진이씨 제공
2022년 3월 초등학교 입학한 박하랑 어린이. 김진이씨 제공

우리 딸 하랑이가 벌써 ‘어린이’가 되어 지난 3월 초등학교에 입학했구나. 입학 첫 날, “엄마 나 학교 가” 말하곤 집을 나갔지. 설렘과 약간의 긴장을 보이며 커다란 가방을 메고 교문으로 들어가는 네 뒷모습을 보며 엄마는 감사 기도를 했단다.

하랑이가 엄마·아빠에게 처음 생겼을 때가 생생하구나. ‘딸’이라는 걸 알고 기쁨의 춤을 추던 아빠 모습도 생각나고. 엄마는 뱃속 작은 콩만한 너를 하늘이 주신 사랑이란 의미로 ‘하랑’이라 불렀지 . 건강하게 태어나 또 기쁨을 준 너에게 태명 그대로 ‘하랑’ 이라 이름 지었지.

엄마·아빠는 너를 키우며 마음이 더 깊어지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단다. 작기만 하던 아기가 쑥쑥 자라서 작지만 빛나는 모습으로 엄마·아빠에게 성숙의 기회도 주고 있으니 너무나 고맙구나.

하랑이는 생각이 뚜렷하고 표현도 잘하지. 너의 첫번째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니? 3살 때였어. 추석 보름달을 보고 “달님, 나비가 되게 해주세요”라고 빌었지. 그 소원을 듣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몰라. “그래, 멋진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는 나비가 되어라”라며 함께 빌었단다.

엄마·아빠를 박장대소하게 한 적도 많았어. 장래 희망을 물었더니, “아빠가 좋아하는 오징어를 많이 먹게 해주고 싶어, 고대 생명체인 대왕오징어를 살려내는 고생물학자가 되겠다”라고 했어. 기발한 상상에 모두들 깔깔 웃었지. ‘엄마 껌딱지’인 너는 엄마가 하는 건 뭐든지 따라하고, 내 옷도 입고 자려고 했지. 2살 때였나, 아빠가 드시던 쓰디쓴 흑마늘 액기스까지 따라 마시며, “아부지 주스예요. 마늘이 몸에 좋대요. 어머니도 한 번 드셔보세요” 라고 권하기도 했어.

엄마는 하랑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네 생각을 뭐든 다 말해줄 때가 너무 좋단다. 어느 밤 산책길에 그랬지. “밤하늘은 예쁜 구슬장식 드레스를 입고 있을 때가 있고, 그냥 까만 드레스를 입을 때가 있어. 지금은 하늘이 청바지를 입었나봐.” 엄마는 너의 아름다운 표현들을 메모장에 적어 차곡차곡 모아 놓고 있단다. 훗날 함께 다시 읽어보면 그 때 그 순간 우리 모습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겠지?

2015년 2월 17일 갓 태어난 박하랑 아기. 김진이씨 제공
2015년 2월 17일 갓 태어난 박하랑 아기. 김진이씨 제공

생후 9개월 무렵 빈 과자통을 머리에 쓴 채 기어다니던 박하랑 아기. 김진이씨 제공
생후 9개월 무렵 빈 과자통을 머리에 쓴 채 기어다니던 박하랑 아기. 김진이씨 제공

2020년 6살 무렵 유치원에서 진흙놀이로 빚은 인형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박하랑 아기. 김진이씨 제공
2020년 6살 무렵 유치원에서 진흙놀이로 빚은 인형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박하랑 아기. 김진이씨 제공

돌이켜보면 엄마·아빠도 초보 부모여서, 네가 자라는 모든 순간 신기하면서도 조마조마했지. 처음 뒤집기 했을 때, 굴러서 다닐 때, 첫발을 떼고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드디어 막 뛰어갈 때, 혹여 다칠까 불안과 걱정을 떨치지 못했어. 막상 지나고 보니 행복하고 소중한 기억들만 생생하게 남는구나.

학교 생활이 너무 재미있는데, 코로나 단축수업으로 너무 일찍 끝나서 아쉽다는 하랑아!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 잘 들려줘서 고마워. 언젠가 수업시간에 팀별 퀴즈게임에서 졌다고 속상해서 울먹이는 모습으로 교문에서 나왔을 때,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배운 게 의미있다고 강조했었지? 그날 엄마는 친구처럼 대화를 나눌 정도로 하랑이가 커보여서 내심 감격했단다. 네 바람대로 하루에 학교를 2번씩은 못 가지만, 남은 시간 풍요롭게 보내자. 이제는 엄마·아빠도 걱정과 불안보다는 너에게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너를 위한 가장 좋은 교육이라는 것을 깨달았거든.

요즘은 발레리나가 꿈인 우리 딸아, 네가 배우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것들 다 도전해보렴. 천천히 가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배워가는 네 모습을 보며 아주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해주고 싶구나. 네 방식대로 표현하고 그린 멋진 그림들, 네가 지어낸 작은 이야기책들 그리고 최근에 그린 ‘왱 시리즈’ 의 기발한 ‘왱’ 그림까지... 엄마·아빠를 함박웃음 짓게 만들어 준단다. 함께 계획한 우리 가족 신문도 만들어가면서, 서로 칭찬해주면서 행복을 채워가자꾸나.

언젠가 하랑이가 엄마에게 물었었지. “내가 아니라 다른 아이가 엄마·아빠에게 왔어도 이렇게 사랑해줬을 거야?” 내 대답은 늘 똑같단다. “너이기 때문에 더 많이 사랑하고 웃고 행복하단다.”

엄마·아빠는 하랑이가 건강하고 마음이 탄탄한 사람, 현명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배움의 과정을 사랑하는 아이가 되도록 늘 옆에서 응원해줄게. 그리고 너의 큰 사랑 그릇도 언제나 가득 채워줄게.

초등학교 1학년생 박하랑 어린이, 축하해! 그리고 이 세상 무엇보다 너를 사랑해!

김포/ 엄마 김진이·아빠 박일호

원고료를 드립니다-<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5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또 함께 성장해온 주주들에게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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