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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밟고 대동강도 만져보게 나날이 힘을 내세요”

등록 2021-10-07 20:14수정 2021-10-08 02:32

[축하합니다] 어머니 조임래님을 위한 딸의 기도
2017년 추석 때 건강한 모습의 어머니 조임래(왼쪽)씨와 5녀1남 중 넷째딸인 권말선씨가 함께 찍었다. 권말선씨 제공
2017년 추석 때 건강한 모습의 어머니 조임래(왼쪽)씨와 5녀1남 중 넷째딸인 권말선씨가 함께 찍었다. 권말선씨 제공

구십평생 첫 아파트 입주 직전 다쳐
수개월 병마와 외롭게 싸운 어머니
꽃무늬 스카프 두르고 새집에 퇴원
조금 몸이 편해지니 좋아서 웃으신다

생전 처음 당신의 아파트를 갖게 되어/ 설렘에 들뜬 어머니/ 이사를 한 달여 앞둔 어느 날/ 척추를 다쳐 몸져누우시더니/ 이런저런 겹 쌓인 병마에/

그만 앓고 또 앓으셨다

어머니는 숱한 밤낮을/ 안개비 흩뿌리는 낯선 숲 속에서/ 길을 잃고 마구 헤매는 듯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셨다/ 아득한 방황을 이기지 못하고/ 길 찾기를 포기하실까 두려워/ 어머니의 헝큰 잠을 쾅쾅 두드리며/ 나약해지지 마시라고 기도했다

세상 가장 무거운 몸으로/ 세상 가장 두려운 꿈 속에서/ 세상 가장 어두운 귀로/ 세상 가장 외로운 싸움을 마치고/ 드디어 새 집으로 퇴원하신 어머니/ 바스락거리는 하얀 얼굴 위로/ 희미한 미소 한 가닥 띄며/ 갑옷을 입지 않으면 쓰러지는/ 패잔병 같은 승자가 되어/ 침대에서 의자로 옮겨 앉으셨다/ 이제 조금 귀가 열려서/ 이제 조금 잠이 편해서/ 이제 조금 몸이 말을 들어서/ 그게 좋아서 웃으신다

몇달 전 새 아파트 입주 이사 준비를 하다 척추를 다친 어머니 조임래(87)씨가 퇴원하던 날 모습. 권말선씨 제공
몇달 전 새 아파트 입주 이사 준비를 하다 척추를 다친 어머니 조임래(87)씨가 퇴원하던 날 모습. 권말선씨 제공

꽃무늬 스카프 두른/ 어머니는 열 살 소녀 같다/ 열 살의 어머니는 행복했을까/ 당신의 엄마와 언니가 곁에 있었던/ 어린 시절은 행복했을까/ 퇴원을 하루 앞둔 날 아침/ 어머니는 큰언니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엉엉 우셨다/ 간밤 꿈에 나타난 엄마가/ ‘얼른 집에 가서 밥 먹지/ 왜 여기 있느냐’고 했다며/ 엄마 꿈을 꾼 어머니는/ 큰딸을 끌어안고/ 아이처럼 엉엉 우셨다

‘나는 죽으면 새가 됐음 좋겠다.’/ 자유롭게 창공을 훨훨/ 가고 싶은 곳 그 어디든 훨훨/ 어머니는 새가 되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이 다음에 죽으면 나무가 되려 한다/ 어머니, 오직 그 한 새에게/ 둥지도 열매도 다 내주는/ 나무가 되려 한다/ 그러니 어머니, 이 다음에 훨훨/ 나를 꼭 찾아와야 해

그러나 새가 되고 나무가 되기 전/ 꼭 하나 이루고 싶은 바람은/ 어머니 모시고 금강산에 가는 것/ 어머니처럼 착하고 용감한 사람들과/ 따뜻이 손잡고 기쁨의 노래 부르며/ 지나 온 삶의 아픔 다 벗어보는 것/ 새의 날개 아닌 어머니 온몸으로/ 금강산도 밟고 대동강도 만져보게/ 어머니, 자그마한 나의 어머니여/ 나날이 조금씩 더 힘을 내셔요, 힘을.

용인/딸 권말선

“원고를 기다립니다” 
<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4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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