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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언론자유 침해’ 해법 없인 출구도 없다

등록 2021-09-08 04:59수정 2021-09-08 08:19

여야, 8인협의체 구성 완료
기존 제한.처벌 법률 있는데
'과잉금지 원칙' 등 어긋나
반드시 논의해야 할 핵심쟁점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위한 언론7단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위한 언론7단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8인 협의체’ 구성을 7일 마쳤다. 협의체는 8일 오후 3시 국회 운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상견례를 겸한 첫 회의를 진행한다. 협의체는 민주당 몫 4명(김종민·김용민 의원, 김필성 변호사,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과 국민의힘 몫 4명(최형두·전주혜 의원과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 총 8명으로 이뤄졌다. 협의체가 첫발은 뗀 셈이지만, 구성원의 성향·이력을 볼 때 언론중재법에 대한 태도가 극과 극이어서 ‘강 대 강’ 충돌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여야가 합의한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27일)까지 남은 시간도 20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모처럼 여야가 뜻을 모아 마련한 ‘숙의 기간’인 만큼 어떤 공통분모도 끌어내지 못하고 대립과 파행만 거듭해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사실과 다른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을지가 협의체에서 반드시 논의해야 할 대목이다. 이번 언론중재법 사태를 계기로 한국 언론이 어떻게 사회적 책임과 윤리성을 강화할 것인지도 과제로 남았다. 앞으로 협의체에서 다뤄야 할 쟁점을 세 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이번 언론중재법 논란에서 판단의 ‘기준점’은 무엇보다도 언론·출판 등 표현의 자유와 피해 구제 사이의 균형 보장이다. 국제인권법과 대한민국 헌법 등에서 규정한 표현의 자유는 “설령 의견이 많이 다르고, 성에 차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언론매체와 시민의 여론이 공동체에 해로운 이물질을 걸러내는 핵심 깔때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에서 출발하고 있다. 유엔의 이레네 칸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지난달 말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의 핵심 요지도 동일하다. 칸 보고관은 이 편지에서 유엔의 ‘표현의 자유와 가짜뉴스, 허위 정보 등에 대한 공동선언’을 언급하며 정보와 사상을 전할 인간의 권리는 정확한 주장에 한정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물론, 언론의 자유가 ‘무제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헌법(37조 2항) 역시 국민의 기본권을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다만 같은 조항에서 ‘법률로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덧붙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명확히 했다. ‘과잉금지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등은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 여부를 가르는 기준에 해당한다. 만약, 기존 법률이 언론의 불법 행위를 충분히 제한·처벌하고 있다면, 추가 규제 입법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언론·시민단체 다수의 언론중재법 개정 반대 논리도 위헌성 우려에 근거한다. 이미 민법·형법·정보통신망법·언론중재법 등에 타인의 명예 등 인격권을 침해했을 때 피해를 구제하고 가해자를 제재하는 방안이 여럿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한국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피디연합회 등 현업 언론인 단체들은 이날 양당 협의체와 별도의 사회적 합의기구(언론과 표현의 자유 위원회) 구성을 공개 제안하면서, 활동 목표로 ‘언론중재법, 형법, 민법 및 정보통신망법 등 언론과 표현의 규제체제 및 핵심 개선 사항에 대한 검토와 합의’를 명시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에 찬성하는 쪽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치며 이미 상당 부분 언론자유 침해 요소를 최소화했다고 주장한다. 즉, 이번에 새로 도입한 ‘허위·조작보도’ 개념, ‘언론의 고의·중과실 추정’ 등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법 조항을 손질하고, 손해액의 배상 기준도 완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학자들은 이 또한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는 입장이 다수다. 백원기 인천대 법학부 교수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 때는 법을 다의적으로 해석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고의·중과실의 추정, 허위·조작보도 여부 판단을 법원에서 하라고 하면 소송을 유발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허위·조작보도의 개념과 범주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명백한 증거가 부족한 단계에서 신속히 진행돼야 하는 초기 의혹 보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언론중재법이 개정된다면 최근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 보도처럼 문건 생성자 등이 아직 밝혀지지 않아 핵심 퍼즐 조각이 빠진 채 진행되는 보도는 모두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법 개정의 중요한 취지인 ‘실질적인 피해 구제 강화’와 관련해선, 법 개정보다 왜 지금까지 언론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낮았는지 원인을 진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 현행 언론중재법 30조에 언론 보도로 인한 재산상 손해, 인격권 침해 등 “손해에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을 계산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언론전담 판사들도 그동안 인격권 침해에 대한 손해 인정액이 너무나 낮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평균 인정액이 500만원가량인 것은 판사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손배액이 너무 낮게 나오니까 한국 언론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성찰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도 “현재 법안은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면서도, “언론들이 그동안 (보도 당사자) 반론권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은 잘못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고, 언론중재위원회나 사법 시스템에서도 반론권 보장 및 손해배상과 관련한 과감한 조치, 판결을 통해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가장 비판이 거셌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은 8인 협의체에서도 뜨거운 쟁점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말 국민의힘과의 법 개정 협상에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하는 카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협상이 결렬되고 협의체 구성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만큼, 여당 몫 의원과 전문가들이 이 조항을 없애는 데 합의할지 불투명하다. 수도권의 다른 부장판사는 <한겨레>에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은 기존 법체계의 입증책임에도 반하기 때문에 위헌 가능성이 높은데, 이 조항이 빠지면 위헌 판단이 쉽지 않게 된다”며 “다만 미국이나 한국 법원 모두 ‘가짜뉴스’에 있어서도 언론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판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법 개정안이 위헌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효실 조윤영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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