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차기 이사 9명과 감사 1명이 선임됐다. 새 이사진 구성이 끝났지만 ‘정치적 후견주의’를 끊어내지 못했다는 의심이 제기돼, 앞으로 <한국방송>(KBS), <교육방송>(EBS) 이사진 선임까지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11일 연 33차 전체회의에서 후보자 22명 가운데 △강중묵 전 부산문화방송 사장 △권태선 전 한겨레 편집인 △김기중 법무법인 동서양재 변호사 △김도인 현 방문진 이사(연임) △김석환 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능호 전 문화방송 기자 △임정환 전 문화방송 보도본부 센터장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9명을 12기 방문진 이사로 선임했다. 감사에는 박신서 전 문화방송 편성국장이 임명됐다. 이들의 임기는 3년이며, 이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이사회에서 호선으로 결정된다.
공영방송 3사 노조에서는 즉각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교육방송·문화방송·한국방송본부는 이날 함께 낸 성명에서 “(공영방송 이사로) 부적격 인물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소속이었던 인물들이 공영방송 엠비시 이사로 의결됐다”면서 “공영방송의 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할 방통위가 제 손으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심대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김도인·지성우·김기중·김석환 이사 4명을 ‘부적격자’로 비판한 바 있다. 공영방송에 대한 가치관과 ‘친정부’ 성향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권태선 이사는 방문진 이사 지원을 위해 한국방송 시청자위원장을 중도 사퇴해 언론시민단체로부터 비판받았다.
방통위는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 때 최초로 △이사 추천인 명시 △면접심사 도입 등을 실시했지만, 이사 선임의 절차적 정당성·투명성을 보장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열린 방통위 이사 선임 논의도 비공개로 진행됐다.
공영방송 3사 노조는 “방통위가 이사 추천 논의를 국민의 눈 뒤에서 진행하였기에, 정치 후견주의, 능력과 무관한 연줄이 작용되었다는 문제 제기에 반박할 길은 보이지 않는다”며 “방통위는 공영방송의 권력 종속이라는 부조리에 함께 분노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 시민단체, 국민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어떤 공영방송 이사·사장 선임 방식도 리더의 자질을 완벽하게 담보하지 못한다. 핵심은 절차적 정당성”이라며, △국민 참여 확대 △정치 후견주의 배제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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