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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언론피해 구제 시급하지만, ‘기사 열람차단’ 등 악용 막아야”

등록 2021-08-05 21:12수정 2021-08-24 08:28

[언론중재법 개정안 토론회]

전문가·언론인단체·시민단체
일부 조항들에 비판·우려 제기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 신설에
“권력자·대기업에게 유리”
‘허위·조작 여부’ 식별 난제
고의·중과실 기준도 불분명

김승원 “국민과 언론사 사이
힘의 균형 맞추려는 시도
5일 열린 ‘긴급토론회-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과 해법’의 모습. 언론노조 유튜브 갈무리
5일 열린 ‘긴급토론회-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과 해법’의 모습. 언론노조 유튜브 갈무리

“이 법이 통과됐다고 가정하면 ‘최순실(개명 뒤 이름 최서원) 국정농단’ 보도는 할 수 없었겠구나 싶습니다. 그 시점(과거 보도 시점)에서는 모두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됩니다.”

“조국 전 장관 부녀 일러스트를 성매매 관련 범죄 기사에 넣은 걸 못 보셨나요? 악의적 보도 사례 아닙니까? 이 법은 (모든 보도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겁니다.”

“솔직히 저는 국민의힘에서 과연 이 문제(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해서 끝까지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신뢰가 안 갑니다. (권력자가) 이 법을 남용할 소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런 부분을 가장 잘 활용할 세력이 국민의힘 아니냐는 의구심도 씻어주셔야 합니다.”

5일 오후에 열린 ‘긴급토론회-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과 해법’에서 나온 말들이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여야 의원, 언론시민단체 활동가, 학자 등이 한자리에 모인, 보기 드문 ‘공론의 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안으로 언론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일부 조항을 둘러싼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날 토론은 전국언론노동조합·방송기자연합회·한국기자연합회·피디연합회 등 현업 언론인 단체와 언론개혁시민연대·오픈넷 등 언론시민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언론학·법학 박사)가 발표를 맡고, 토론자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이사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황용석 건국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가 참여했다(토론자 가나다순). 주최 쪽은 토론회를 기획한 취지로 “각 이해당사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상대 입장을 오해하거나 과장하는 대응과 제안이 개별적으로 제안되고 있다”며 “개정안과 관련, 정당의 입법 목적과 구체적 조항의 신설 사유, 언론현업단체의 우려와 실효성 있는 언론보도 피해 구제 방안 제시, 개정안에 대한 학계의 분석과 평가, 시민사회단체가 밝히는 언론보도 피해 사례 및 구제 방안 등을 함께 논의 할 공론장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5일 열린 ‘긴급토론회-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과 해법’의 모습. 언론노조 유튜브 갈무리
5일 열린 ‘긴급토론회-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과 해법’의 모습. 언론노조 유튜브 갈무리

발표를 맡은 이승선 교수는 먼저, 언론중재법 논의를 둘러싼 세 가지 현실 인식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를 위한 손해배상액이 낮다 △한국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 수준이 낮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잘못된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대해 찬성 의견이 높다는 점을 짚었다. 이 교수는 “이 세 가지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다만 이 세 가지를 하나로 묶어서 해법을 도출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각각의 현실 진단에 대한 해법이 달라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입법 목적을 보다 정교화한 뒤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조항은 없애거나 다른 해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특히 입법 과정에서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 △언론사 매출액을 반영한 손해배상 △제30조의2 허위·조작보도 특칙 등 3가지 항목에 대해 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민주당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보면, 언론 보도가 개인의 사생활 핵심 영역을 침해하거나 인격권을 계속해서 침해하는 경우 언론과 포털 등에 기사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다. 또 포털은 기사 열람 차단이 청구된 보도에 대해 ‘이 기사는 열람 차단이 청구된 상태입니다’와 같은 표시를 해야 한다. 이 교수는 “열람 차단 청구 표시를 하도록 제안한 것은 자칫 공직자나 거대 기업 등 언론의 항상적 감시와 견제,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할 당사자들이 정당하고 공적인 언론보도에 ‘열람 차단’을 우선 청구하도록 하는 ‘전략적 호도’ 전술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권력자들은 언론이 반론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데도 일부러 취재를 회피하고 언론 보도가 나간 뒤에 ‘반론보도’를 청구하여 언론이 잘못한 것처럼 홍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은 한층 손쉬운 방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한 허위·조작보도 의미 규정, 언론사 매출액 기준 등은 불명확성 문제가 있고, 피해 구제 강화 취지에 맞는 실효성 여부도 의문이라고 했다.

황용석 교수, 손지원 변호사 등도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이 권력자에게 유리하고, 도리어 허위·조작정보 유포를 용이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페이스북이 과거에 ‘논쟁 중인 기사’라는 표시를 한 뒤 효과를 측정하는 연구를 맡겼더니, 이용자들이 오히려 해당 플래그(표시)가 있는 콘텐츠를 찾아보고 퍼뜨리는 등 부정적 효과가 많았다. 결국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노출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면서 “언론 보도에 대한 낙인 효과는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갈등을 부추길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도 “민주당은 법에서 규제하는 대상이 허위·조작 보도에 국한된다고 말했지만, 어떤 주장이 사실인지 허위인지를 가리기는 쉽지 않다”면서 “대부분의 기사는 허위정보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 경제적·정치적 권력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 보도를 위축시키고자 기사 열람 차단권 청구를 남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 다수는 “언론중재법을 고쳐서 가짜뉴스를 징벌·억제한다”는 입법 목적은 적절치 않으며, “언론 보도 피해 구제 강화”라는 입법 취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2002년부터 언론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에서 일해온 윤여진 이사는 “이 법안이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묻는,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저희 단체는 이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피해 구제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현재 법안은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허위·조작 보도라는 새로운 개념은 굳이 필요하지 않으며, 고의·중과실 추정 항목 등은 기준이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지금 상태로 법안이 처리되면 사회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일단 민주당이 8월 법안 처리를 중단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주장했다.

5일 열린 ‘긴급토론회-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과 해법’의 모습. 언론노조 유튜브 갈무리
5일 열린 ‘긴급토론회-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과 해법’의 모습. 언론노조 유튜브 갈무리

주로 법안의 취지를 설명한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국민과 언론사 사이의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라며 “손해배상의 주체는 언론사로 두고, 기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는 데스크를 속였을 때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폭넓은 취재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1시간30여분의 토론을 거친 뒤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법안도 발의가 돼 있으니 함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언론중재 신청이 계속 늘고 있다. (입법이) 늦어지면 국민 고통도 심해진다는 생각으로 법안을 마련한 것이어서, 그런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달 안으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당 방침에 대해서는 사실상 이견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법안 처리의 절차적 투명성 문제를 파고든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계속 법안이 바뀌고 (항목이) 추가되고 하는데 여야 간 공유가 잘 안됐다. 우리는 논의가 계속 새로 시작되는 상황인데 민주당은 논의를 많이 했다는 입장”이라면서 “그래도 법안 취지에는 동의하는 게 많기 때문에 언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숙의해야 한다고 민주당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한 토론회 자리에서 나온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언론 탄압과 관련한 지적과 관련해, “과거 우리 당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소통의 기회를 자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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