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옥(71·사진)
‘사랑의 떡국’ 공동준비위원장 이종옥씨
12년째 불우이웃에 ‘맞춤 떡국’ 바구니 건네
‘사랑의 친구들’ 창립회원…“모금 잘되겠죠” “올겨울은 경기가 얼어붙어서 모금 목표를 채울 수 있을지 걱정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 없을수록 나누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혜를 믿어요. 맨 처음 시작한 외환위기(IMF) 때도 그렇고 지금껏 어려운 때일수록 모금이 더 잘됐거든요.” 오는 20일 사랑의 친구들에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낼 ‘사랑의 떡국 나누기’ 공동 준비위원장을 맡은 이종옥(71·사진)씨는 목표치인 2500개의 떡국 바구니를 무난히 채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로 12년째 설날을 앞두고 전국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직접 전해온 이 떡국 바구니에는 ‘떡국 3㎏+쇠고기 1.25㎏+멸치 500g’이 담겨 있어, 받는 순간 즉석에서 떡국을 끓여먹을 수 있을 만큼 알차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바구니당 3만원의 성금을 모으는 일은 기본이고, 신선한 재료를 준비해 행사날 아침에 하나하나 수천개의 바구니를 싸는 작업도 만만찮다. 첫해부터 12년째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참가해온 그는 숙달된 솜씨로 수십명의 자원봉사자들에게 바구니 작업을 지도하는 ‘시범조교’이기도 하다. “재료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균일하게 싸야 하거든요.” 그가 정작 가장 신경을 쓰는 일은, 바구니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애초 취지가 동사무소에도 등록되지 않은 숨은 불우이웃들에게 따뜻한 설을 맞게 하자는 것이었던 까닭에, 정말로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내려고 회원들이 발품을 많이 팔아요.”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은 받는 이웃들의 처지를 배려하는 것이다. “맨 처음엔 그저 좋은 일이란 생각에 전달하는 모습을 찍어 홍보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찍히는 이웃’들에게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 때문에 떡국 바구니 전달 장면 사진이 한 장도 없다. 그가 사랑의 친구들에 참여하게 된 것은 창립 명예총재이자 고문인 이희호(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초대 총재인 박영숙(고 안병무 박사 부인)씨와의 ‘각별한 인연’ 덕분이다. 30여년 전, 1976년 이른바 ‘3·1 명동성당 민주구국선언 사건’ 때, 남편인 이해동 목사(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와 함께 체포됐다 불구속 기소로 풀려난 그는 두 사람을 비롯한 구속자 부인들과 함께 활발한 석방운동을 벌였다. “그때 남편들의 옥바라지를 하면서 연고자가 전혀 없어 이중삼중의 고초를 겪고 있는 무의탁 재소자들 사연을 듣고 돕기에 나선 게 우리 봉사활동의 시작이었어요.” 이후 80년 5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또다시 동병상련의 고초를 겪은 부인들은 ‘5·17 가족 돕기 바자회’를 함께 열기도 했다. 당시 그가 박용길(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김석중(이문영 교수의 부인)씨와 더불어 ‘도봉산 1호, 2호, 3호’란 암호명으로 불리며 벌인 구속자 석방운동은 민주화운동사에도 기록돼 있다. “그때 부인들 중에 제일 젊은 막내여서 좋은 선배들 따라 살다 보니 힘든 줄도 몰랐어요. 한평생 동지들과 옳은 일, 돕는 일 함께 할 수 있어서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떡국 바구니 작업과 배달에는 20일 이전까지 전화 신청만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02)734-4945, 070-25-0040-131(국민은행). 글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사랑의 친구들’ 창립회원…“모금 잘되겠죠” “올겨울은 경기가 얼어붙어서 모금 목표를 채울 수 있을지 걱정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 없을수록 나누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혜를 믿어요. 맨 처음 시작한 외환위기(IMF) 때도 그렇고 지금껏 어려운 때일수록 모금이 더 잘됐거든요.” 오는 20일 사랑의 친구들에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낼 ‘사랑의 떡국 나누기’ 공동 준비위원장을 맡은 이종옥(71·사진)씨는 목표치인 2500개의 떡국 바구니를 무난히 채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로 12년째 설날을 앞두고 전국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직접 전해온 이 떡국 바구니에는 ‘떡국 3㎏+쇠고기 1.25㎏+멸치 500g’이 담겨 있어, 받는 순간 즉석에서 떡국을 끓여먹을 수 있을 만큼 알차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바구니당 3만원의 성금을 모으는 일은 기본이고, 신선한 재료를 준비해 행사날 아침에 하나하나 수천개의 바구니를 싸는 작업도 만만찮다. 첫해부터 12년째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참가해온 그는 숙달된 솜씨로 수십명의 자원봉사자들에게 바구니 작업을 지도하는 ‘시범조교’이기도 하다. “재료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균일하게 싸야 하거든요.” 그가 정작 가장 신경을 쓰는 일은, 바구니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애초 취지가 동사무소에도 등록되지 않은 숨은 불우이웃들에게 따뜻한 설을 맞게 하자는 것이었던 까닭에, 정말로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내려고 회원들이 발품을 많이 팔아요.”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은 받는 이웃들의 처지를 배려하는 것이다. “맨 처음엔 그저 좋은 일이란 생각에 전달하는 모습을 찍어 홍보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찍히는 이웃’들에게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 때문에 떡국 바구니 전달 장면 사진이 한 장도 없다. 그가 사랑의 친구들에 참여하게 된 것은 창립 명예총재이자 고문인 이희호(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초대 총재인 박영숙(고 안병무 박사 부인)씨와의 ‘각별한 인연’ 덕분이다. 30여년 전, 1976년 이른바 ‘3·1 명동성당 민주구국선언 사건’ 때, 남편인 이해동 목사(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와 함께 체포됐다 불구속 기소로 풀려난 그는 두 사람을 비롯한 구속자 부인들과 함께 활발한 석방운동을 벌였다. “그때 남편들의 옥바라지를 하면서 연고자가 전혀 없어 이중삼중의 고초를 겪고 있는 무의탁 재소자들 사연을 듣고 돕기에 나선 게 우리 봉사활동의 시작이었어요.” 이후 80년 5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또다시 동병상련의 고초를 겪은 부인들은 ‘5·17 가족 돕기 바자회’를 함께 열기도 했다. 당시 그가 박용길(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김석중(이문영 교수의 부인)씨와 더불어 ‘도봉산 1호, 2호, 3호’란 암호명으로 불리며 벌인 구속자 석방운동은 민주화운동사에도 기록돼 있다. “그때 부인들 중에 제일 젊은 막내여서 좋은 선배들 따라 살다 보니 힘든 줄도 몰랐어요. 한평생 동지들과 옳은 일, 돕는 일 함께 할 수 있어서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떡국 바구니 작업과 배달에는 20일 이전까지 전화 신청만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02)734-4945, 070-25-0040-131(국민은행). 글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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