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7일 울산 현대중공업 체육관에서 ‘사랑의 장기 기증 서약서 전달식’을 열었다. 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민계식 부회장과 김성호 노조위원장, 강치영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부산·울산·경남지역 본부장, 최길선 사장. 현대중공업 제공
7일 역대 최다 ‘단체 서약 전달식’…전체 임직원 25% 참여
노사 함께 ‘사랑 나눔’ 캠페인
‘뇌사 판정’ 사우·아내도 동참 현대중공업 임직원 6000여명이 한꺼번에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국내 단체 기증인원으로 역대 최다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7일 울산시 동구 전하동 사내체육관에서 6217명의 장기기증 서약서를 ‘사랑의 장기기증 부울경남지역본부’에 전달하는 행사(사진)를 열었다. 이날 전달된 6217명의 서약서는 현대중이 지난달 12일부터 노사 공동 캠페인을 시작해 20일 남짓 만에 모은 결과이다. 이 회사 전체 임직원(2만5천명) 네명 가운데 한명꼴로 참여했으며, 게다가 기증 참여자는 서약서 전달식이 있은 이날 현재도 줄을 잇고 있다. 노조의 뜻에 공감한 회사와 협력회사들도 ‘사랑 나눔’에 기꺼이 동참했다. 현대중공업 민계식 부회장과 최길선 사장, 이재성 경영지원본부장 등 임원들이 앞장서 장기기증을 서약하고 임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김성호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은 부부가 함께 서약했다. 여사원모임인 다모아회, 사내 봉사활동단체인 다물단, 직장협의회 등도 홍보에 발벗고 나섰다. 특히 캠페인 기간 중에 뇌사 판정을 받은 노동자의 가족이 장기기증을 실천해 잔잔한 감동을 더했다. 지난 달 10일 퇴근길에 갑자기 쓰러져 20일 뇌사 판정을 받은 라철주씨(49·조선사업부 조립라인)의 유가족은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장기를 기증한 것은 물론, 부인 김진남씨도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해 남편과 ‘생명나눔’의 값진 뜻을 함께했다. 이러한 실천에 감화를 받아 사후기증이 아니라 생전에 신장을 기증하는 서약에도 103명이 동참했다. 조합원 장은정 씨(31)는 “평소 생각이 있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다가 마침 노사 공동캠페인이 벌어져 선뜻 장기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성호 노조위원장은 “회사와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데서 더 나아가, 어려운 이웃을 위한 생명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대기업 노조의 사회적 책무라고 생각한다”면서 기증자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밝혔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 강치영 본부장은 “노조 조합원에서부터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한마음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운동 재단본부 이지선 홍보팀장은 “외국에선 장기기증문화가 일상화됐지만 우리나라는 유교적 인식 때문에 아직도 활발하지 않다”면서 “이번 현대중공업의 임직원들의 대규모 단체서약은, 노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은 물론이고 장기기증문화 확산에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사진 현대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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