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 빈딘성 안년현에서 한의사 김낙희씨가 진료를 하고 있다. 베트남평화의료연대 제공
“생채기 어루만지면 마음도 아물겠지요”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의료연대)가 베트남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새 5돌을 맞는다. 2000년 3월부터 시작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짐을 꾸린다. 12일 베트남 빈딘성으로 떠나기 위해서다. 의료연대가 처음 그곳에 의료 손길을 뻗친 이유는 간단하다. 마을 곳곳에 서 있는 ‘증오비’에서 볼 수 있듯 베트남 국민의 전쟁 상흔이 가시지 않았다는 것과 그 책임이 대한민국에도 있다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연대 조기종 대표가 그곳에서 본 비석은 “하늘에 가 닿을 죄악, 만대가 기억하리라”라고 말하고 있었다. 치과의사인 정상호 총무는 위령비에 참배를 하는 내내 “무슨 면목으로 이곳에 왔느냐”고 소리를 지르던 마을 노인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의료진 43명 민간화해 첫단추
“일회성 치료 대신 예방 힘쓸것” 5년 전 치과의사와 치위생사가 중심이 된 43명의 의료진이 ‘화해와 평화를 위한 베트남 진료단’이란 이름을 내걸고 베트남 중부로 건너갔다. 직접 상처를 어루만지며 민간 차원에서 베트남과 새로운 평화 관계를 구축하려는 첫 단추를 끼웠던 셈이다. 그리고 이듬해엔 시민단체인 ‘베트남평화의료연대’로 정식 발족했고 지금까지 200명 정도의 의료진이 8천명 가량을 보살피며 규모와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하지만 성과에 대한 내부 반성도 적지 않았단다. 그 틀을 이제야 좀 바꾸려고 한다. 무엇보다 민·관을 상대로 한 예방 교육이 강화된다. 그래야 베트남이 스스로 보건체계를 다지고 관리하는 게 가능하다. 정 총무는 “일회적 치료와 의료 물품 지원 대신 예방에 무게를 두고, 불특정 다수 진료보다 진료 대상과 행위를 특정해 효과를 높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한 차례의 답사로 사업을 계획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활동가를 먼저 보내 실태조사를 벌이고 현지 시민단체와 연대를 모색토록 했다.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의료진(78명)이 지난해에 이어 빈딘성 타이선현으로 가게 된다. 이곳은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가장 많은 민간인이 피해를 본 지역이다. 1966년 한달 만에 1천명 남짓이 사망했다고 한다. 인구 13만4천명의 타이선현에는 100병상 규모의 작은 병원과 보건소가 전부다. 그렇대도 봉사단에게 겉상처만 살피는 진료가 전부일 리 없다. 19일까지 머무르며 호찌민 전쟁박물관을 둘러보고, 민간인 학살에 관한 생존자의 증언도 들을 참이다. 마음속 깊이 팬 전쟁의 상처와 고통까지 나눠지길 기대해 보는 것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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