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공간으로 나온 발달장애아들이 윤왕용(오른쪽)씨와 함께 힘껏 트랙을 달리고 있다.
윤씨 등 마라톤클럽 회원들, 발달장애아 지도 봉사
무척 반가워한다. 만나자 마자 두 손바닥을 마주치며 ·“안녕”을 외친다.
십여명의 청소년들이 400m 트랙을 천천히 돈다. 한 바퀴를 돌고, 또 한 바퀴를 돌때마다 표정이 더욱 밝아진다. 이마에 땀이 나지만 달리고 싶은 본능을 억제하기 힘들다.
매주 토요일 잠실올림픽스타디움의 보조경기장에 가면 무리져 달리는 청소년들을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평범한 학생들 같다. 이들은 발달장애 아이들이다. 흔히 자폐아라고 불리는 이들이 폐쇄된 공간에서 뛰쳐나와 운동장을 달린다.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처럼 이들은 달린다.
이들의 달리기를 지도하는 중년의 남자들은 윤왕용씨를 비롯한 <광화문마라톤클럽> 회원들이다.
마라톤의 고수로 각종 대회에서 페이스 메이커를 하는 이들이 모인 이 운동 클럽 회원들이 자원봉사를 한다. 전국 유일한 발달장애아들을 위한 달리기 교실이다.
달리기가 아이들에게 주는 효과는 컸다.
지난해 4월부터 한 재활봉사재단의 주선으로 시작될때 만해도 아이들은 뛰는 것을 싫어했다. 힘들기 때문이다.
자원봉사 회원들은 사랑을 담은 구령과, 함께 하는 정성으로 이들 발달장애아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었다.
지난해 여름 처음 단체로 참가한 마라톤대회에서 전원 5㎞ 완주를 했고, 가을에는 10㎞를 모두 완주했다. 기록도 좋다. 잘 달리는 아이는 10㎞ 40분 후반대의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봄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 아이는 일반 회사에 취직하는 기쁨도 맛보았다.
혼자 쉼없이 중얼거리며 뛰는 아이도 있고, 보호자인 어머니가 곁에서 함께 뛰길 바라는 아이도 있다. 함께 10바퀴 트랙을 돈 뒤엔, 100m 전력 질주를 5차례 한다. 그리고 능력에 따라 5바퀴를 돈뒤 마무리 스트레칭으로 운동을 마무리 한다.
운동장 한쪽에서는 아이들의 어머니들이 달리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아들 김민철(17)군과 함께 트랙을 달리곤 하던 어머니 김양순(49)씨는 “아이가 마음껏 달릴수 있는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한다.
윤씨는 “처음에는 낯을 가리고, 자기 표현을 하지 않던 아이들이라 통제하기도 힘들었는데, 이름도 기억해주고 밝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이들이 보호자들과 모두 떠난 운동장에서 자원봉사를 한 마라톤 회원들은 뿌듯한 마음을 안고 가방을 챙긴다.
글 사진/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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