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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산재 3건 가운데 2건 은폐…비정규직 늘면 산재 발생도 늘어”

등록 2021-05-24 16:01수정 2021-05-25 02:16

김정우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 연구
“위험 외주화도 통계적으로 확인 의미”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산재로 사망한 99명의 영정을 의자에 놓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산재로 사망한 99명의 영정을 의자에 놓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내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건 셋 중 둘은 공식적 산재처리 없이 은폐된다고 추정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견줘 높은 비율로 산재에 노출되는 ‘위험의 외주화’도 통계로 확인됐다.

24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의 김정우 전문위원이 지난 2월 학술지 <산업노동연구>에 발표한 논문 ‘노동조합은 산업재해 발생과 은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면, 김 전문위원은 2011~2017년 사업체 패널조사 자료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사업체 패널조사는 노동연구원이 국내 30인 이상 사업체 가운데 표본을 추출해 격년으로 추적 조사하는 통계다. 경영·고용 현황 등과 관련해 업체별 담당자를 설문 조사하는 방식을 쓴다. 이번 분석에선 노조가 있는 사업장 560곳, 노조가 없는 사업장 705곳에 대한 설문자료가 활용됐다.

김 전문위원은 ‘업무와 관련된 사고 혹은 질병을 경험한 근로자 비율’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근로자의 비율’을 뺀 값을 산출해, 이를 ‘산재 은폐 비율’로 보았다. 다만, ‘업무와 관련된 사고 혹은 질병을 경험한 근로자’ 인원수를 집계할 때 산재 발생 시 고용노동부에 보고해야 하는 기준(휴업 3일 이상)에 근거하진 않았다. 대신에 각 회사 담당자들이 재량에 따라 설문에 답한 수치가 활용됐다.

분석 결과 산재 은폐 비율은 66.6%로 집계됐다. 산재로 인정된 사건의 갑절에 해당하는 업무 관련 사고나 질병이 드러나지 않고 묻힌다는 얘기다. 김 전문위원은 논문에서 “사업체 패널조사는 30인 이상 사업체만 대상”이라며 “30인 미만 사업체가 산재 은폐의 인센티브가 더 클 것이라고 가정하면, 실제 전체 산재 은폐율은 추정 결과보다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김 전문위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산재 통계가 매우 기이한 형태로 왜곡되어 있어 오히려 현실을 오독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며 “이로 인해 한국은 중대재해의 위험은 오이시디(OECD)에서 최상위권 국가이지만, 가벼운 재해를 포함해 전체 산재 발생 위험은 오이시디 평균보다 낮은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분류되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런 왜곡 현상에 대해 김 전문위원은 “노동자는 건강보험 대신에 산재보험으로 처리했을 때 얻을 실익이 없고, 사업주는 산재로 처리하면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은폐할 유인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산재 인정기준이 제한적인 데다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회사의 압박 탓에 산재처리를 포기하는 것도 산재가 은폐되는 이유로 꼽았다.

이번 연구에선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산재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 결과를 보면, 기업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 비율이 1% 증가하면 1인당 산업재해 발생 비율이 0.007%로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문위원은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된 실증적인 근거”라고 평했다. 산재 발생과 은폐를 줄이는 데는 노조가 일정 몫을 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노조 가입자가 1% 증가하면 해당 사업체의 산재 발생 가능성은 0.007% 낮아지고, 발생한 산재의 은폐율은 0.041%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연구위원은 “노조가 산업안전의 수준을 높일 설비투자나 교육훈련 등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사용주에게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산재 보고를 적극적으로 강제하는 감시자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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