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왼쪽)이 지난해 7월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브리핑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앞두고 “자영업자 절반이 현 수준의 최저임금으로도 더 이상 고용 여력이 없다”는 내용이 담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학계는 이 설문조사 방법 자체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경연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위기의 자영업, 최저임금 동결해도 10명 중 3명 이상은 한계 상황’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지난 16일 냈다. 설문 내용을 보면,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폐업까지 고려하겠느냐’는 질문에 자영업자의 32.2%가 ‘현재도 한계 상황’이라고 답했다. 또한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직원 신규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자영업자의 53.9%가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대상 선정 등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한경연은 이번 설문조사 대상 자영업자로 1인 자영업자와 5인 미만이나 10인 미만을 고용한 소상공인에 더해 10인 이상을 고용한 회사까지 포괄하고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10인 이상 사업체는 중소·영세기업도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자영업자로 인식되지 않는 이들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설문 대상 선정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조사 문항 역시 의도적인 질문 문항들이 과도하게 편향적으로 제시됐다”고 짚었다. 최저임금 인상을 어느 범위로 할 경우 직원 해고나 폐업을 할 거냐고 물으면서 해고나 폐업을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 자체를 두지 않은 점 등이 일방적이란 얘기다. 또 해고나 폐업 여부를 결정할 때 최저임금 인상과 별도로 경기 하락 등 다른 요소가 있을 수 있는데도 이런 내용들이 설문 문항을 설계할 때 아예 반영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경연에서 최저임금이 자영업자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물은 설문 결과는 다른 설문조사에서 나온 답변과 격차가 크다. 지난해 발간된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적용 효과에 관한 실태조사 분석 최종 보고서’(연세대산학협력단)를 보면, 2019년 적용된 최저임금 인상(인상률 10.9%, 시간당 8350원)이 고용에 미친 영향을 두고 사업체의 54.9%가 ‘변동 없음’이라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고용 감소’라고 답한 사업체는 34.2%였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도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한 적이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보면,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이 각각 16.4%, 10.9% 인상되는 동안에도 임금노동자는 0.2~0.7%(2018년), 1.3~2.6%(2019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같은 기간 사업체 수도 증가세를 보였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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