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권리찾기유니온 주최로 열린 ‘가짜 3.3 근로자지위확인 1호 진정 접수’ 기자회견에서 유통판매 해고 노동자 김아무개씨가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아무개씨는 지난해 2월부터 서울 명동의 한 백화점에 팝업 스토어로 입점한 총판업체 ㄱ사에 고용돼 위탁판매원으로 일해왔다. ㄱ사는 알바몬을 통해 구인공고를 냈고, 판매 경력이 많은 김씨를 고용했다. 하지만 ㄱ사는 김씨에게 매장이 팝업 스토어로 운영되는 기간에는 아르바이트로 근무해야 한다며 백화점 입점이 확정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후 회사의 지시에 따라 제품을 판매하고, 백화점 영업시간에 맞춰 출퇴근했으며, 매출을 보고하고 퇴근하는 일을 반복했다. 하지만 ㄱ사는 김씨가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1년 근속을 채우기 직전인 지난 2월15일치로 김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김씨는 “해고예고수당이라도 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3.3% 사업소득세를 부과하는 용역 계약서를 쓰게 해놓고 이를 빌미로 제가 사업자이지 노동자가 아니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운동단체 ‘권리찾기유니온’이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운동 계획’을 발표하고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부당해고 당한 김씨의 구제를 위한 ‘1호 진정’을 고용노동청에 접수한다고 12일 밝혔다. ‘가짜 3.3’이란, 사업주가 사업장을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기 위해 노동자를 사업소득세 3.3%를 납부하는 개인사업자로 위장하는 수법을 일컫는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짜 3.3’ 노동자 사용 실태를 공개했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쉬고 싶을 때 쉴 수 없고, 한달치 스케줄일 미리 짜서 보고해야 하고, 퇴근 시간도 고정되어 있는 제가 어떻게 프리랜서냐”라며 “회사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2명의 노동자도 같은 방식으로 해고했다. 회사는 조속히 저에 대한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은 “권리찾기유니온은 김씨의 사례에 대해 ‘가짜 3.3 근로자지위확인 1호 진정’을 고용노동청에 접수한다”며 “이 진정서 접수는 모든 산업과 업종에 있는 가짜 3.3 당사자들이 억압과 굴종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기자회견에서 ‘가짜 3.3’ 노동자들의 권리찾기운동을 위해 법률구조센터를 개설하고, 전 사회적인 법률구조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률, 학술, 정당, 노동단체와 함께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을 결성하고, 일하는 사람 모두의 권리를 실현하는 사회적 대안 운동도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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