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위원들이 총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분류작업을 택배사 책임으로 규정한 지난 21일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여전히 이 작업을 택배기사의 몫으로 미루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택배기사들이 택배사들을 상대로 노사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택배노조는 택배사들이 사실상 사회적 합의를 파기한 책임을 물어 29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27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시간 노동을 근절해 택배노동 현장을 바꾸자는 것이 1차 사회적 합의의 기본정신”이라며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논의된 분류작업의 정의와 수행 주체, 수행 방식에 대해 원청인 택배사와 노동조합 대표가 직접 만나 노사협정서를 체결하자”고 밝혔다.
이들은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터미널 설비 자동화에 드는 비용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등의 혜택만 챙기고, 회사에 손실이 나는 분류작업 인력 투입에 대해선 지난해 발표한 인원만 배치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씨제이(CJ)대한통운은 4천명, 한진택배와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각 1천명의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약속했다. 노조는 한진택배의 경우 1천명이 투입되면, 택배기사 8명당 분류작업자가 1명뿐인데다 씨제이대한통운 등에 견줘 설비 자동화 비중이 낮기 때문에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으로 인한 과로사에 계속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진경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체결 시점부터 법률적 효력이 생기는 노사협정서를 통해 택배사들의 합의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하기 전 산업재해로 사망한 동료들을 기리기 위해 묵념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에 대해 택배사업자를 대표하는 한국통합물류협회 쪽은 “택배사들이 합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설 연휴 전에 분류 대체인력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날 기준 롯데는 100%(1천명), 씨제이대한통운은 95%(3800명) 투입했고, 한진택배도 계속 투입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을 하는 경우 수수료는 월별 정산을 하는 만큼 한달 내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쪽은 “택배사들이 주장하는 ‘95∼100% 분류인력 투입’은 어디까지나 지난해 약속한 투입 인원을 기준으로 발표한 숫자에 불과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 현장의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을 떠맡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인력의 30% 수준에 그친다”며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하지 못한 책임에 따라) 택배사가 페널티 성격으로 지급하기로 한 수수료도 분류작업 투입 비용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을 합의한 만큼 실제 지급 방식을 따져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씨제이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은 이날 택배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29일부터 약 3천명의 분류인력 투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씨제이대한통운이 분류인력 투입에 따른 비용부담을 사실상 대리점주들에게 떠넘겼는데, 이를 더 이상 부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이다.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교육선전국장은 “택배사들은 그동안 국민들에게 회사 돈으로 분류인력을 투입한 것처럼 발표해왔지만, 실제 비용을 부담한 주체는 대리점이란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비용 부담이 버거운 대리점들은 이를 택배기사들에게 전가해왔는데, 노조가 파업을 발표하니 대리점들도 인력투입을 중단하겠다고 나선 것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선담은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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