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회의실에서 택배회사 사회적 합의 파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21일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노사정 사회적 합의에 따라 분류작업을 책임지기로 한 택배사들이 합의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택배기사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분류작업을 떠넘기고 있다며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택배사들이 사실상 사회적 합의를 파기했다며 파업 등 “특단의 대책” 실행을 예고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26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각 택배사들이 전국 지점과 영업점에 사회적 합의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며 “설 명절을 앞두고 택배노동자들은 또다시 장시간 분류작업에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지난 2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합의한 내용 가운데 분류작업 관련 조항은 합의문 발표 이튿날인 22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택배기사의 노동시간을 ‘최대 주 60시간’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택배 수수료 인상 문제와 연동되는 만큼 택배 거래구조 개선방안이 발표되는 상반기 이후로 적용 시점이 미뤄졌지만, 분류작업에 대한 합의는 별도의 단서조항이 없었다는 것이다.
분류작업 전담인력 투입 문제를 정한 합의문을 보면, 택배사업자는 “설비 자동화가 완료되기 전까지”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해야 하고, “택배 거래구조 개선작업이 완료되는 시점 이전”에 분류인력을 투입하지 못한 경우 이를 대신하는 택배기사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노조는 택배사들이 현재 택배기사들에게 분류작업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데다 지난해 발표한 6천명의 분류작업 인력 이외에 추가 인력투입 계획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씨제이(CJ)대한통운은 4천명, 한진택배와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각 1천명의 분류작업 인력투입을 약속한 바 있다. 진경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택배사들이 지난해 하반기에 발표한 6천명의 분류작업 인력만 투입할 경우 (한진택배와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기사의 약 70%가 분류작업을 계속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택배 배송 일을 해야 하는 택배기사들의 분류작업은 그동안 ‘공짜노동’으로 불리며, 택배기사를 과노동으로 내모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다른 택배사에 견줘 터미널의 설비 자동화 비중이 높은 씨제이 대한통운의 경우 분류작업 인력을 택배기사 5명당 1명씩 투입해 택배기사의 부담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만, 한진택배와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설비 자동화 비중이 낮은 편이라 택배기사 5명당 2명 이상의 분류작업 전담인력이 필요해 1천명 규모의 투입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노조 쪽의 설명이다.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 직전인 지난 20~21일 진행된 조합원(5135명)들의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97%가 참여해 찬성률이 91%가 나온 만큼 택배사들이 분류작업 인력투입과 수수료 책정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사회적 합의로 취소된 파업 등을 검토하겠다며 이날 밤 9시부터 의사결정을 위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진택배와 롯데글로벌로지스 쪽은 “전국 영업소에 사회적 합의를 부정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한 일이 없으며, 합의문 이행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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