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2020 마음 한 장] 청계와 함께 한 청춘, 조미자씨의 미싱 50년

등록 2020-12-23 11:40수정 2020-12-23 18:24

미싱 앞에 앉은 조미자씨. 장철규 기자
미싱 앞에 앉은 조미자씨. 장철규 기자

1970년 전태일 열사가 스러져간 평화시장에서 열네 살 나이로 봉제일을 시작했다. 허리도 못 펴는 다락방에서 쏟아지는 잠을 이기려 ‘타이밍’을 삼키며 일하던 시절. 깜박 졸다 미싱 바늘이 손가락에 박히자 당차게 ‘산재처리’를 해달라며 찾아간 곳이 청계피복 노동조합이었다. 그렇게 조합을 알고 전태일 열사를 알게 돼 평생 정의롭게 살 수 있었단다. 늘 경찰이 뒤를 쫓고 노조활동을 빨갱이 짓이라 몰아대던, 지금 생각해도 가슴 떨리는 모진 시간들. ‘창동 어머니(이소선 여사)’가 있었고 동갑내기 태숙이 같은 동지들이 함께였기에 가시덤불 헤치며 새 길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전태일 열사가 제 몸을 불사른 지 올해로 50년. 열심히 일한 세월에 비해 그의 살림살이가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나이 들면서 눈이 나빠진 동료들이 미싱 대신 빌딩 청소하러 다니는 걸 더 안타까워하는 조미자씨. 조합에서 만난 남편 최현진씨와 함께 정직한 땀을 흘리며,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는 조미자씨. ‘청계’와 함께 한 ‘청춘’을 한땀 한땀 박아 넣으며 오늘도 그는 미싱을 탄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식사도 못 하신다”…인생의 친구 송대관 잃은 태진아 1.

“식사도 못 하신다”…인생의 친구 송대관 잃은 태진아

송대관의 삶엔 ‘한 구절 한 고비 꺾어 넘을 때’마다 사연이 2.

송대관의 삶엔 ‘한 구절 한 고비 꺾어 넘을 때’마다 사연이

텔레그램 성범죄 집단 ‘자경단’ 총책은 33살 김녹완…신상공개 3.

텔레그램 성범죄 집단 ‘자경단’ 총책은 33살 김녹완…신상공개

‘내란 가담 의혹’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발령 4.

‘내란 가담 의혹’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발령

토요일 낮 전국 대부분 영하권…호남·제주 강하고 많은 눈 5.

토요일 낮 전국 대부분 영하권…호남·제주 강하고 많은 눈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