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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플랫폼 노동 179만명 첫 특별법, 되레 “노동권 침해” 비판 왜?

등록 2020-12-22 04:59수정 2020-12-22 07:57

정부,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 추진
단체설립·기업과 보수 협의 길 터
이재갑 장관 “자영업자 분류 개선”
“노동법상 권리 보장 더 어려워져”
2006년 특고 보호대책 논란 반복
플랫폼 기업 ‘중개인’ 규정도 비판
한 배달노동자의 모습.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한 배달노동자의 모습.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을 기존 노동관계법과 다른 별도 입법으로 규정해 보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대책의 대상이 되는 플랫폼 노동자 규모를 179만명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과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성 인정을 피하느라 ‘보호 없는 보호 대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1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의결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입법 추진 대책을 발표했다. 플랫폼 종사자 중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 등에 따라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도 최소한의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정부가 플랫폼 종사자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경제구조 변화와 코로나19로 플랫폼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노동권을 보호할 제도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일자리위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을 추진해왔다. 정부는 한국노동연구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플랫폼에 노무를 제공하는 이들이 약 179만명(전체 취업자의 7.4%)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8년 추산한 55만명보다 3.3배 늘어난 규모다. 다만 플랫폼이 일을 배정하는 등 적극적 역할을 하는 곳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22만명으로 추산했다. 22만명 가운데 20~40대가 전체의 75%를 차지했고, 직종별로는 배달기사가 52%로 가장 많았다.

정부 추진 법안은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않은 플랫폼 노동자도 명목상 노조와 비슷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자유롭게 단체를 만들 수 있고, 보수의 지급기준 등을 두고 기업과 협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플랫폼이 종사자에게 △일의 배정 △고객만족도 등의 평가 기준 △결과 및 활용 등 주요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도 담긴다. 플랫폼 기업이 종사자도 모르게 평가를 하고, 불이익을 주는 상황을 고려한 조처다. 아울러 플랫폼 종사자의 이의제기 절차 마련과 플랫폼의 성실 협의 의무도 포함된다. 정부는 플랫폼 기업이 종사자 퇴직공제조합을 설립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1분기까지 이런 내용을 담은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닌 플랫폼 종사자도 표준계약서 작성 등 기본적인 노무 제공 여건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직업안정법’ 개정을 통해 노무중개와 제공 플랫폼에 신고 의무를 부과하기로 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고용형태 자문기구’를 설립해 플랫폼 종사자가 자영업자로 잘못 분류되는 상황을 개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자칫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을 어렵게 할 수 있어, 2000년대 초중반부터 나온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에 대한 특별법 논란의 반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역시 이번 대책처럼 특수고용직을 노동법이 아닌 별도 입법으로 규정하려 했다. 하지만 외려 노동법상 권리 보장이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쏟아지면서, 결국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센터 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차별적 보호를 하겠다는 이야기”라며 “노동자 보호인 것처럼 보이지만, 보호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노동자 이익 대변을 위한 단체 설립권 등도 플랫폼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과 단체교섭권 등 노동 3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는 ‘근로자’의 정의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한정하고 있어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합법성’을 인정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은정 인제대 교수(공공인재학부)는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가맹사업법의 가맹점주가 가진 협의권과 같은 형태의 이익대변권으로 규정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플랫폼을 ‘직업소개소’로 규율하겠다는 방침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사실상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가 아니라 ‘중개인’으로 규정될 소지가 있어서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플랫폼 노동자들을 (노동자가 아닌) 고객으로 만드는 법안을 추진한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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