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왼쪽 셋째)와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왼쪽 둘째)이 13일 국회 본관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사흘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학계 전문가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선언을 위한 연서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4일 공개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학계, 전문가 공동 선언’(▶
공동 선언문 바로가기)을 보면, 이들은 “산업재해, 화학물질 누출사고, 가습기 살균제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회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고민하는 학계 연구자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며 “반복되는 산재와 참사의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기업이 법을 위반한 결과 사람이 죽고 다치고 병들어도 아무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사회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이 비극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간절한 마음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기업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함께 생산되는 위험을 관리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값이 안전 비용보다 싼 우리 사회에서 기업은 위험을 관리하는 데 소홀하다”며 “뿐만 아니라 아예 위험을 외주화하고 위험관리의 커다란 공백을 만들어 비용을 절감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그렇게 증폭된 위험은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이들의 죽음의 행렬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후 2008년과 2020년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냉동창고 화재 참사,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씨 사망 사고, 구의역 김군과 같은 하청노동자의 산재 사망, 2012년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의 사례를 차례로 짚은 뒤 “안전에 관한 법을 고의로 혹은 반복적으로 위반하고도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는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1월10일까지 열리는 12월 임시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목표라고 한다”며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상임위를 통과하고 나서도 부결된 법안이 2건이며, 임기만료 폐기는 47건이나 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기약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현재 발의된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 안에서 누락된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은 꼭 포함되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이미 약 20개 법률에 들어와 있는 제도로 기업의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짚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더불어민주당 안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4년 유예’ 조항도 우려가 된다”며 “산재 사망 10명 중 6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사내하청의 규모를 50인 미만으로 정하여 위험을 전가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무조건 유예할 게 아니라 원청이 있는 경우는 원청이 책임지도록 하고 영세 사업장의 경우 정부가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다 하고 관리·감독을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런 지적을 종합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드시 제정하고 △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해야 하며 △산재 사망이 집중되고 있는 50인 미만 소기업에 대한 유예기간 없이 전면 적용하라고 호소했다. 공동선언을 위한 연서명은 15일 밤 9시까지 진행된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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