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월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고용안전망 확대를 위한 예술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오는 10일부터 예술인에게 구직급여 등을 지급하는 예술인 고용보험제도가 시행된다. 예술계에서는 명시적 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출판디자이너·보도국 방송작가 등이 적용 대상에서 빠지는 점 등을 이유로 ‘예술인이 빠진 예술인 고용보험’이 될 거라고 지적했다. 9일 고용노동부는 예술인에게 구직급여·출산 급여 등을 지급하는 고용보험 제도가 10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를 담은 ‘고용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고용보험 적용대상자는 문화예술 창작⋅실연⋅기술지원 등을 위해 ‘예술인 복지법’에 따른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예술인 복지법상의 문학, 미술, 사진, 건축, 무용, 음악, 국악, 연극, 영화, 연예, 만화 등이 주요 적용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통해 얻은 월평균 소득이 50만원 이상이면 고용보험을 적용받는다. 둘 이상의 소액 계약을 체결하고 합산한 월평균 소득이 50만원 이상인 경우에도 예술인의 신청에 따라 고용보험이 적용된다. 권기섭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수입이 불규칙하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득이 급감하여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에게 최소한의 고용안전망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술계에서는 이 제도가 현실적으로 많은 예술인에게 적용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먼저 예술인고용보험은 적용 대상을 ‘예술인 복지법’상 예술 분야로 한정하고 있어 출판인, 일러스트 작가, 보도작가 등은 이 제도를 적용받지 못한다. 전국언론노조는 “책을 쓰는 작가는 포함되는데 책을 완성하는 편집, 디자인, 일러스트 등 외주 업무노동자들은 (적용이) 안 된다”며 ”교양 작가는 되고 뉴스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작가는 안 된다는 구분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고용보험을 적용받으려면 체결했던 ‘계약’이 있어야 하는데, 예술계 특성상 명시적 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안명희 문화예술노동연대 대표는 “현실에서는 관행처럼 계약을 하지 않고 일하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예술계 계약서 작성을 현실화하겠다고는 하지만, 홍보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고용보험이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노무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도 예술인들이 고용보험을 받을 수 없게 만드는 조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연이나 방송 스태프들은 행사·제작 주체가 아닌 현장의 동료나 팀장과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동료나 팀장은 이 경우 ‘사용자’가 돼 고용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어시스턴트를 고용해 작업하는 창작자들도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돼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할 수 있다. 이재민 웹툰 평론가는 “웹툰 작가 등은 과중한 작업량 탓에 어시스턴트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 이 경우 다시 고용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반드시 이 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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