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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뉴스AS] “단순중개” 카카오T 대리 ‘사용자’인 세 가지 이유

등록 2020-11-23 15:07수정 2020-11-24 02:31

경기지노위 “대리운전노조와 교섭에 응하라” 결정문 살펴보니
지난 7월20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특수고용 노동 기본권 쟁취 대리운전 노동자 생존권 사수 농성 투쟁 선포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20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특수고용 노동 기본권 쟁취 대리운전 노동자 생존권 사수 농성 투쟁 선포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당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불분명하다.’

대리운전 플랫폼 ‘카카오티(T) 대리’를 운영하는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전국 대리운전기사들이 결성한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대리운전노조)이 요구한 교섭을 거부하며 지난 8월 이런 입장문을 냈다. 대리운전노조는 이 입장문이 나오기 한달 전 고용노동부에서 노조 설립 신고 필증을 받았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에 교섭을 요청했지만, 회사 쪽은 이런 답변과 함께 교섭요구가 온 사실을 회사 안팎에 알리지 않았다. 회사는 자신들이 “대리기사가 자율적으로 업무 수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중개 플랫폼”일 뿐, 사용자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대리기사들은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기에, 대리운전노조를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도 폈다.

노조법 시행령은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가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해야한다고 규정한다. 대리운전노조는 “회사의 조처를 시정해달라”며 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냈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는 지난달 노조 쪽의 손을 들어줬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교섭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결정이다.

이 결정에서 지노위는 대리기사가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하고, 카카오모빌리티 또한 대리기사와의 계약에서 ‘사용자’로 볼 수 있다고 못박았다. 결정문을 통해 지노위가 이런 판단을 내린 이유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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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대리기사 근무 방법, 카카오가 일방적으로 규정

애초 카카오모빌리티 쪽은 “대리기사는 노무 제공의 대가를 고객으로부터 직접 받으며, 플랫폼은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일정액을 받을 뿐”이라며 “대리기사는 (노동자가 아니라) 독립적 사업자”라고 주장했다.

지노위 판단은 달랐다. 대리기사의 주요 업무 내용과 방법을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방적으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대리기사를 ‘독립적 사업자’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지노위는 특히 “대리기사가 중개수수료 결정 과정에 참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카카오티’는 대리기사가 회원 가입을 하면 이미 설정된 운행요금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구조다.

대리기사가 이용자로부터 직접 대리운전비를 받는 점에 대해서는 “플랫폼 사업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노무 제공의 대가’에 해당한다는 점도 지노위 판단의 이유가 됐다. 지노위는 “대리기사가 받는 수입의 성격은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하에서 대리운전이라는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받는 보수”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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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대리기사 ‘콜’ 거절 어렵게 만드는 ‘단독배정권’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요청 콜’에 대한 선택권은 기사에게 있다”며 대리기사들은 ‘전속성’을 가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속성은 노동자가 한 사업장에서 대부분 시간을 일해 소득의 대부분을 얻고 있는지를 일컫는 것으로, 통상 소득의 50%를 한 사업장에서 올리면 소속된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지노위는 회사가 대리기사들을 지휘·감독한다는 점에서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리기사가 카카오티의 ‘요청콜’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노위는 특히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단독배정권’ 제도에 주목했다. 단독배정권은 대리운전 피크타임(밤 10시~새벽 2시)에 일정 횟수 이상 콜을 수행한 기사가 이후 콜 요청을 우선 배정받는 제도다. 지노위는 “대리기사의 수입은 근본적으로 대리운전 횟수에 따라 결정된다”며 “단독배정권이 피크타임대 콜 수락을 유인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면, (대리기사가 콜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기가 어려울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고 봤다.

지노위는 아울러 이용약관·가이드를 통해서도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기사들을 지휘·감독하는 요소가 드러난다고 봤다. 카카오티 약관을 보면, 콜 배정 완료 뒤 기사가 이를 일정 횟수 이상 취소하면 해당 기사에게 콜 배정을 제한하는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열거돼 있다. 이용가이드에도 일정 기간 내 사고, 교통범칙금, 과태료가 일정 횟수 이상 발생하면 기사 자격 상실이나 운행 제한 등을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심지어 기본적인 행동수칙과 복장 규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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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대리기사노조는 ‘초기업단위 노조’

카카오모빌리티 쪽은 △전업 기사의 비중이 작고 △해당 기사들의 소득의존도도 낮으며 △서비스 가입 뒤 활동하지 않는 기사도 많다는 점 등을 들어 대리기사들이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노위는 외려 서비스 가입 뒤 활동하지 않는 기사나 소득의존도가 낮은 대리기사들을 두고 “사실상 일시적 실업 상태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하다”며 대리기사들을 “초기업단위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을 맡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법률원 조윤희 노무사는 “카카오모빌리티 쪽은 대리기사 플랫폼 사업을 ‘단순한 연결’이라고 주장하지만, 형태만 플랫폼일 뿐 대리기사가 노동3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플랫폼 노동에서 ‘초기업단위 노조’의 노조할 권리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노위의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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