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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뉴스AS] 인천공항공사 정규직화 추진 3년,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등록 2020-06-30 17:13수정 2020-07-01 02:43

정규직 노사 입김 컸던 노사전 합의 과정 전말
‘직고용’ 합의해놓고 뒤늦은 문제제기, 왜?
정규직 노조의 ‘이례적’ 공개 반발
3년 넘는 장기화, 새로 등장한 이해관계자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계획 발표 이후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이미 3년 전 ‘정규직화’ 계획이 발표됐던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문제가 최근 전 국민적 이슈로 번진 배경에는 청년층의 ‘공정성 논란’ 이전에 공사 정규직 노사와 비정규직 노조를 둘러싼 안팎의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직고용’ 합의해놓고 뒤늦은 문제제기, 왜?  

정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세부 기준 합의를 각 공공기관 자체의 노·사·전문가협의회(협의회)에 맡겼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2017년부터 이런 협의회를 꾸려 논의를 벌여왔다. 정규직 노조가 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1기 합의문(2017년 12월26일)에는 보안검색원 1900여명을 비롯해 보안경비원 800여명, 소방대원 및 야생동물 퇴치요원 200여명 등 상주직원 2900여명을 공사 소속으로 고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정규직 노조가 ‘정규직화 논의의 당사자’임을 주장해 협의회에 들어온 2기 합의문(2018년 12월26일)에선 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선언 이후 입사자의 정규직 전환 관련 조항이 새로 들어갔다. 2018년 1200여명의 무기계약직이 직접고용된 서울교통공사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마련된 정부 지침에 맞춰 2017년 5월12일 이후 입사한 비정규직에 대해선 “경쟁채용 도입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때까진 1기 협의회에서 결정된 ‘상주직원 2900여명 직접고용’ 합의가 그대로 유지됐다.

3기 협의회에 접어들어 이런 합의 내용은 갑작스레 흔들렸다. 공사는 보안검색원 등을 직접고용할 경우 법적 문제가 생긴다고 뒤늦게 주장했다. 경비업법상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특수경비원’ 신분이 해제돼 유사시 보안검색원의 공항 방호 임무에 차질이 생긴다는 논리였다. 그 결과 3기 합의(2020년 2월28일)에선 직접고용 대상이 ‘소방대원 및 야생동물 퇴치요원 241명’으로 1기 합의 내용의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가장 인원이 많은 보안검색원(1900여명)은 “법적 문제 해소를 고려해 별도회사(자회사)” 소속으로 ‘정규직화’ 방식이 결정됐다. 향후 법적 문제가 해소됐을 때 직접고용을 하겠다는 전제가 없다는 점에 반발한 보안검색노조는 3기 합의문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 3기 협의회에 참여한 한 전문가 위원은 “공사가 1기 협의회 때 ‘2900여명 직접고용’에 합의해놓고 뒤늦게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규직 노조의 ‘이례적’ 공개 반발

지난 3년간 공공부문 정규직화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 직원들이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반대해 내부적인 갈등을 빚은 사례는 많았지만, 정규직 노조가 언론 등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22일 보안검색원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을 발표하는 공사 기자회견장에선 정규직 노조(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조합원 200여명이 구본환 사장의 이동을 막는 소동이 벌어졌다. 직접고용 방식의 정규직화는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는 것이다. 정규직 노조는 현재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비정규직 직접고용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번 결정이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2018년 서울교통공사에서도 무기계약직의 직접고용을 반대한 일부 정규직 직원들이 같은 내용의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일각에선 최근 보안검색원 직접고용에 반대하는 정규직 노조가 3기 협의회 과정에서 회사 쪽을 압박해 1·2기 합의사항을 뒤집는 데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다. 인천공항 정규직화 사정을 잘 아는 노동계 인사는 “처음부터 정규직 노조는 물론 공사 쪽도 직접고용을 크게 반대했다”며 “노사 모두 현 정부가 임기 중반 레임덕에 빠지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계속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1·2·3기 협의회 동안 시간을 끌다가 지난 4월 여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하자 결정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대희 보안검색노조 공동위원장은 “공사 경영진도 노조 조합원은 아니지만 정규직 출신이다 보니, 후배들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처지다. (3기 합의문 변경 과정에) 정규직 노조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3년 넘는 장기화, 새로 등장한 이해관계자

이처럼 인천공항의 정규직화 과정이 3년 이상 길어지자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2017년 5월12일 이후 근무를 시작한 신규 입사자가 생겨났다. 정규직화 추진 속도가 더딘 가운데 업무 강도를 견디지 못한 기존 직원들의 퇴사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2017년 5월12일 이후 입사해 외부 지원자와 필기시험을 치러야 하는 ‘공개경쟁’ 채용 대상자가 보안검색원 전체(1902명)의 40%에 이르는 이유다.

인천공항에서 9년째 보안검색원으로 일하는 ㄱ씨(34)는 “대통령 방문 이후 정규직화를 준비해야 하는 공사의 지시에 따라 회사(협력사)가 1년 가까이 신규 인력을 채용하지 않다가 (퇴사자 속출로) 남은 인력으로는 도저히 업무 운영이 불가능해 다시 사람을 뽑은 거다. 정규직화 과정이 일찍 마무리됐다면, 공개경쟁에서 탈락할 수 있는 동료들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2년차 보안검색원인 ㄴ씨(35) 또한 “대통령이 정규직 전환을 해준다고 말은 했지만, 3년간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게 없으니 우리는 전처럼 하던 일을 계속 했을 뿐”이라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3년 동안 고용을 걱정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 이슈가 터지면서 (반발 여론으로 일자리가 사라질까 봐) 오히려 마음이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선담은 김양진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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