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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다닥다닥 앉아 종일 상담…감염 확산 ‘막을 틈’ 없는 콜센터

등록 2020-03-10 22:01수정 2020-03-11 02:43

간격 1m 안팎 밀집 공간에서
상담원들 끊임없이 전화통화
“마스크 쓴 채 말하라니 숨 막혀”
거리두기 불가능해 감염 취약
서울 구로구의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 이 콜센터가 입주한 코리아빌딩 앞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10일 오전 입주자와 지역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진을 받으려고 줄지어 서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 구로구의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 이 콜센터가 입주한 코리아빌딩 앞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10일 오전 입주자와 지역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진을 받으려고 줄지어 서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 구로구의 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해 수도권 최대 규모의 집단감염 사례로 떠올랐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다른 사람과의 거리가 1m 안팎인 채로 빽빽하게 모여 앉아 하루 종일 전화상담을 해야 해 감염병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콜센터는 업무와 공간적 특성상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매우 취약하다. 끊임없이 말을 해야 하는 전화상담을 하다 보면 비말(침방울)이 계속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상담원들의 칸막이책상은 일명 ‘닭장’으로 불릴 만큼 1m 안팎의 촘촘한 간격으로 배치돼 있다. 더욱이 전화통화에 방해가 되는 소음을 차단하려고 사무실 창문을 없애거나 열지 못하게 한 곳이 많아 실내 환기를 하기도 어렵다.

고객들의 불만도 콜센터 노동자들이 감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한 카드사 콜센터 상담원은 “마스크를 쓰고 상담을 할 경우 말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고객의 불만 때문에 마스크를 쓰기 어렵다. 콜센터 종사자 모두가 이번 사태를 보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환기가 어렵고, 책상 칸막이가 있더라도 한 공간에 상담원들이 매우 밀집해 있는 콜센터는 감염이 발생하면 추가 전파가 크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구로구 콜센터도) 환자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의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에서 수도권 최대 규모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사진은 이 회사가 입주한 코리아빌딩의 10일 오전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 구로구의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에서 수도권 최대 규모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사진은 이 회사가 입주한 코리아빌딩의 10일 오전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최근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겠다며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콜센터는 예외다. 네이버는 지난달 26일부터 대부분의 법인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콜센터를 운영하는 컴파트너스와 인컴즈 등 2곳에선 임신부, 자녀 돌봄이 필요하거나 감기 등을 앓는 이를 제외한 직원들은 모두 정상 출근 하고 있다. 한용우 네이버노조 컴파트너스 스태프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컴파트너스 서현사업장의 경우 (집단감염이 발생한) 분당제생병원과 불과 100m 떨어져 있어 지난 6일부터 마스크를 쓰고 업무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마스크를 쓴 채 계속 말을 하다 보면 제대로 숨을 쉬기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금융권과 온라인 쇼핑몰 등 콜센터를 운영하는 주요 기업들은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이유로 콜센터 재택근무에 난색을 표한다. 콜센터 노동자들도 이런 우려를 부정하진 않는다. 코로나19 의심환자 신고 등을 받는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고객2센터에서 민간위탁업체 소속으로 근무하는 전여정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은 “건강보험 가입자의 개인정보 보안을 위해 사내에서 휴대전화 사진 촬영도 금지하는데, 재택근무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대면 접촉을 꺼리는 고객이나 마스크 구매 등을 문의하는 전화상담이 늘어난 게 기업들이 콜센터 재택근무를 꺼리는 실질적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콜센터 집단감염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은 이해득실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콜센터 업무 공백으로 손해가 큰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상담원들의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천재지변 등 재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신속한 상담이 중요한 손해보험사가 대표적이다. 디비(DB)손해보험은 코로나19가 전국으로 번지자 평소 350여명의 재택근무만 사용하는 상담콜 시스템을 현재 오프라인 콜센터 4곳에서 근무하는 전체 상담원의 재택근무까지 확대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테스트를 최근 마쳤다. 악사(AXA)손해보험은 지난달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늘어난 이후 전체 인력을 두 그룹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2주씩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선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위원장은 “대부분의 콜센터가 하청업체이다 보니 원청과의 재계약을 위해 휴업 등의 조처 대신 정상 출근을 강행하고 있다. 직원들 역시 계약직이 많아 몸이 아파도 평가에서 감점을 받을까봐 당일 연차 신청도 조심스럽다”며 “지자체는 매일 콜센터 소독을 하고, 원청은 마스크 지급과 적극적인 격리 조처 진행 등 콜센터 집단감염을 막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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