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중구보건소에서 한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체 채취 키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에 걸린 환자들의 상태는 거의 자각하지 못하는 경미한 증상부터 폐렴 증상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16일 밤 30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은 29번째 환자의 부인(68·한국인 여성)의 경우,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남편이 확진된 뒤 진단검사를 받아 양성이 나왔다. 앞서 국내 확진자 가운데 3명(18·22·28번째)도 진단 시점까지는 뚜렷한 증상이 없었다. 코로나19에 걸려도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게 가능한 걸까?
통상 감염병은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야 전파력을 갖는다. 코로나19의 잠복기는 2~14일로 알려져 있다. 보건당국에서는 다른 감염병의 경우 무증상 잠복기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발현기로 넘어갈 때 발열 등 여러 징후를 보이는데, 코로나19는 ‘초기 단계에서 주관적 느낌의 무증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17일 완치되어 명지병원에서 퇴원한 28번째 환자(31·중국인 여성)가 대표적이다. 이 환자는 3번째 환자와 마지막으로 접촉한 뒤 17일 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양성이 나왔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완치가 될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이 코로나19의 조기 발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코로나19 자체가 초기 증상이 굉장히 미미한 편인데, 보건당국이 확진환자의 접촉자에 대해 선제적으로 진단검사를 했기 때문에 증상이 없는 환자들을 찾아내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진환자가 초기에 무증상 상태를 보이는 것과 이 기간 동안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은 별개라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국내 확진환자들의 역학적 특성을 분석하면서 “무증상 상태에서의 2차 전파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확진환자 대부분이 발병 첫날 (외부에) 많이 노출돼 이때 노출된 환자(접촉자)들이 2차 감염자로 확진되는 패턴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불연성 감염 상태(증상이 나타나기 전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나올 순 있지만, 전파 가능성은 그와 별개”라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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