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선별진료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군구 연희동 서대문구보건소에서 시민들이 의료진의 안내를 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7일 중국이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국에서 입국한 의심환자들에 대한 감염진단 검사가 확대 시행됐다. 시행 첫날인 이날 검사의 첫번째 관문인 선별진료소를 찾는 이들이 큰 폭으로 늘어나지는 않아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대상자가 늘어나고 관련 문의도 많아지자 현장 의료진들은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보건당국은 이날부터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민간 의료기관을 46곳 추가했다. 검사 시간도 6시간가량으로 줄어든다. 의심환자가 검사를 받으려면 먼저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 상담 뒤 관할 보건소의 선별진료소를 방문해야 한다. 그 뒤 의사의 판단을 거쳐 검체 채취 등이 이뤄진다. 검사 의뢰는 서대문구보건소 등 전국 124곳에서 가능하다.
이날 낮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김아무개(24)씨는 “일본에 가족여행을 갔다가 4일 귀국했는데, 어제 저녁부터 열이 37.8도까지 올라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우한에서 들어온 50대 중국인 여성(23번째 확진자)이 머물렀던 곳이라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다. 중국 외의 나라를 다녀온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보건소 쪽은 “선별진료소를 찾은 9명 가운데 4명(오후 2시 현재)이 말레이시아(2명)·베트남(1명)·타이(1명) 방문자”라고 밝혔다.
최장 잠복기 14일이 한참 지난 이들도 진료소를 찾았다. 경기도 김포시보건소를 방문한 남아무개(53)씨는 “지난달 10일 중국 상하이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지난 5일부터 발열과 기침 증상이 나타나 불안한 마음에 찾았다”고 말했다. 진료소는 이날 남씨의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의뢰했다. 감기 기운은 있지만 최근 외국을 다녀온 적이 없는 허아무개(27)씨는 상담 뒤 바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선별진료소를 둔 각 구청에는 문의전화도 잇따랐다. 19번째 환자(36·한국인 남성)가 있는 서울 송파구는 “전날까지 하루 300통가량이던 문의전화가 오늘 더 늘었다. 대부분 가벼운 증상을 호소하면서 과연 어느 정도 심각해야 진료소를 방문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전했다. 전날까지 진료소를 찾은 시민이 모두 4명에 그쳤다는 은평구도 “외국인 접촉이 많은 면세점이나 호텔 등에서 일하는 이들이 불안감에 전화 문의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기관들은 혹시나 진료소에서 발생할지 모를 ‘2차 감염’ 우려와 우선순위 환자 결정 등을 놓고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송파구청 담당자는 “음압시설을 갖추긴 했지만 의심환자들이 찾는 곳이라 감염 위험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며 “이를 고려해 검사가 꼭 필요한 분들만 방문하도록 안내한다”고 말했다. 한 선별진료소 책임자는 “감염 유행국에서 입국한 뒤 발열 증상 등이 나타난 환자와 최근 외국을 방문하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일이 없는데 감기 증상이 있다는 이유로 온 환자를 구별하지 않고 같은 진료 공간에 들여보내도 되는지 걱정”이라고 했다. 또 “외국에 다녀오진 않았지만 중국인이 많은 제주도를 방문한 환자가 신종 코로나와 비슷한 증상을 보여 찾아온 경우도 판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시행된 조처를 두고, 전문가들은 병원 내 감염 전파를 차단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면서도,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릴 경우 감염이 확산되고 중증도 환자의 우선처치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드러냈다. 손장욱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선별진료에서 의사 재량권을 이야기한 부분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진료 과정에서 감염환자를 놓칠 것을 우려해 과잉진료가 발생할 수도 있고, 열악한 선별진료소에서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짚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람들이 선별진료소에 몰리면, 실제 발견해야 하는 환자를 놓치거나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며 “의료 자원이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집중됐을 때 다른 진료가 소홀해져 전체 보건 측면에선 손해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진단검사 확대 이후 발생하는 환자 수에 따라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편 이날 현재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환자는 모두 24명으로 늘었다. 질병관리본부는 확진자의 접촉자가 1386명이며, 이 가운데 1083명이 격리 중이라고 밝혔다.
선담은 박현정 박경만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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