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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버스·택시기사 등 다중 노출 노동자들 “마스크 끼고 손 소독제 쓰지만…”

등록 2020-02-03 17:27수정 2020-02-03 21:13

지자체와 회사 등에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 필수 비치
마트와 재래시장서도 여기저기 마스크 낀 신풍경
마스크를 쓴 채 운행하고 있는 서울의 시내버스 기사. 전광준 기자
마스크를 쓴 채 운행하고 있는 서울의 시내버스 기사. 전광준 기자

“공항에 들어갈 때마다 불안하죠. 달랑 마스크 한 장 끼고 일하는 건데.”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도로. 주차된 관광버스 안에서 만난 운전사 강인득(가명·68)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주로 중국 관광객들을 태웠는데, 최근 취소율이 높아지면서 당장 다음 주에 예정된 일정이 없다. 관광버스 회사 소속으로 기본급 약간에 운행 횟수에 따라 수당을 받는 시스템이어서, 경제적 타격이 크다. 게다가 감염 불안까지 마음을 어지럽힌다. “일본에서 관광버스 기사와 중국인 관광 가이드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기사들끼리 모이기만 하면 ‘가이드가 옮기지 않았겠냐, 중국 관광객 언제 마지막으로 태웠느냐’ 등의 이야기를 해요. 불안감은 원체 높은데, 손 소독제 비치하고 마스크 쓰는 것 외에 딱히 대비책이 뭔지 모르겠어요.”

관광버스 기사 한아무개씨가 지난달 30일 회사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 김완 기자
관광버스 기사 한아무개씨가 지난달 30일 회사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 김완 기자

서울 경복궁 인근에 주차된 관광버스에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다. 김완 기자
서울 경복궁 인근에 주차된 관광버스에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다. 김완 기자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버스와 택시 등 운전기사를 비롯해 재래시장 상인과 마트 노동자 등 어쩔 수 없이 다중과 마주쳐야 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감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나 회사 등에서 손 소독제와 마스크 필수 비치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막연한 불안감을 모두 지울 순 없다.

이날 <한겨레>가 탑승한 관광버스, 시내버스, 마을버스 6대에는 모두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었고, 기사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다른 관광버스 기사 한아무개(62)씨는 지난달 30일 회사로부터 ‘손 소독제 비치 요구가 많으니 운행하다 대기 시간에 손 소독제를 구입하고 영수증을 받아 정산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서둘러 자비로 소독제와 마스크를 구입해 버스에 비치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별다른 교육이나 지침을 공지한 건 없었다. 한씨는 “개인위생에 더 신경 쓰고 관광객들과 일절 대화하지 않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차피 매일 공항에 들어갔다 와야 하고, 외국인들을 태워야 해서 마음 흔들리지 않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며 “회사가 확진자 이동 경로나 가지 말아야 할 곳 등을 일괄적으로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버스 기사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예방 관련 대책 지침들. 전광준 기자
서울시내 버스 기사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예방 관련 대책 지침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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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예방 권고는 좋은데 뭘 더 해야 할지”

경기 시흥에서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까지 하루 200명 이상의 승객을 태워 나르는 5413번 지선버스 기사 박삼룡(가명)씨는 “그나마 정부와 회사의 대처가 나아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박씨는 “회사에서도 ‘마스크 써라, 소독해라’ 지겨울 정도로 안내를 많이 한다”며 “메르스 때는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시내 간선버스와 지선버스, 마을버스 등 7400대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1대당 100개씩 하루 74만 개의 무료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다. 박씨는 “하루에 50개들이 마스크가 한 통 좀 넘게 나간다”고 말했다. 서울의 5621번 지선버스를 운행하는 한 기사도 “주로 나이 많은 분들이 마스크를 많이 가져가신다. 하루에 50개들이 한 통을 다 쓴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 역시 “뭘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개인위생을 더 신경 쓰고 마스크도 쓰고 손 소독제를 싣고 다니는 것 외에 다른 대책이 있겠느냐”며 “일용직 노동자들을 가득 타는 첫차가 걸릴 때나 승객들이 한꺼번에 많이 타는 곳에서는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내 한 마을버스 기사도 “손 소독제와 마스크 착용 외엔 다른 방법을 모르겠다”며 “어차피 걸릴 운명이라면 걸릴 것이라고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한 60대 택시기사도 “마스크 한 움큼씩 들고 다니는 기사들도 있지만 크게 불안하진 않다. 한국이 위생적으로 후진국도 아니고 어차피 걸릴 사람 걸리고 안 걸릴 사람 안 걸리는 것 아니겠냐”며 “동요하지 않고 개인위생에 더 신경 쓰는 것이 최선의 대비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한 재래시장에 손 세정제가 비치된 모습. 사진 김완 기자
서울 은평구 한 재래시장에 손 세정제가 비치된 모습. 사진 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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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3명 중 2명 마스크 낀 재래시장

하루에 수백명의 손님을 맞아야 하는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에도 손 소독제와 마스크 착용은 필수가 됐다. 3일 <한겨레>가 찾은 은평구의 대조시장에는 상인 3명 가운데 2명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시장에서 한과 가게를 운영하는 이아무개(80)씨는 “지난주에 상인회에서 시장 군데군데 소독제를 비치했고, 상인들한테 마스크 2장씩 나눠줬다”며 “그래선지 마스크 쓰는 상인들이 많아졌다. 나도 손을 자주 씻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도 마찬가지다. 이마트 노동조합 관계자는 “매장 입구에 손님용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고, 직원들이 쓸 수 있는 손 소독제도 나눠줬다. 마스크도 모두 지급한 상태”라며 “회사에서 출입하는 손님들과 직원들 열을 재기 위해 열 감지기도 설치할 수 있다는 공문을 받았는데, 아직 시행 단계는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전광준 김완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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