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달대행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는 모습. 고용노동부는 최근, 배달대행 업체 ‘요기요’와 위탁계약을 맺은 배달대행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배달대행업체와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배달대행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의 불법파견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등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나온 판단이어서 주목된다.
배달대행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5일, 배달대행업체 ‘요기요’ 배달대행 노동자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주휴수당 등 임금체불과 근로자 인정 진정에서 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이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다고 지난달 28일 통지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자인 배달대행 노동자들은 요기요, 배달의 민족 같은 업체와 업무 위탁계약을 맺고 일한다. 이들은 형식적으로는 개인사업자지만 업체의 지휘·감독을 받아 일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기에 실질적으로는 근로자라는 문제 제기가 계속돼왔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유급휴가와 연장·휴일근로수당, 퇴직금 등을 받을 수 있고, 근로시간 제한과 휴게시간 보장, 해고 제한 등 근로기준법이 정한 노동자 보호 조치를 누릴 수 있다.
배달대행 노동자들은 이 진정에서 △정해진 장소의 출퇴근 의무가 부여됐고 △요기요가 배달대행 노동자들의 점심시간까지 확인했으며 △타 지역 파견 등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받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자신들이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요기요 쪽은 업무 위탁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노동청은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배달대행 노동자의 근로자 지위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사실상의 근로관계를 인정하는 첫 판정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한국 플랫폼 노동자는 최대 53만8천명, 이 가운데 음식 배달대행 노동자는 3만7천여명으로 추산된다. 다만 노동부는 “해당 사안은 일반적인 배달대행 기사의 업무 실태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 다른 배달 기사와 사업자의 관계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노동청은 이들이 제기한 임금 체불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약서상 요기요 배달대행 노동자들은 주 5일, 12시간 이상 일할 땐 시급 1만1500원, 그 이하로 일할 땐 9200원을 받는다. 진정을 낸 이들은 주 5일 근무가 통상의 계약시간이고 급여명세서상 임금을 총 근로시간으로 나누면 고정 시급이 1만1500원이라는 점, 9200원은 벌칙 조항이라는 점 등을 들어 통상 시급이 1만1500원이라고 주장했으나, 노동청은 회사 쪽 주장대로 통상 시급을 9200원이라고 판단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근로자로 인정된 것은 의미 있지만, 임금 체불이 없다고 한 것은 황당하다. 부당한 처우라는 사실을 인정받지 못해, 진정을 낸 분들의 실망도 매우 크다”며 “이달 말께 노동부에 재진정을 내는 한편, 다른 배달대행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 진정도 함께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라이더 유니온은 “플랫폼 업체의 위장도급 행태 근절 운동을 전개하겠다”며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요기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