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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도공 정규직 노조 “요금 수납 노동자 절규에 연대의식…정부·경영진 조속히 해결하라”

등록 2019-09-23 19:23수정 2019-09-23 19:43

비정규 요금 수납원 직접고용 지지하는
민주노총과 동시에 본사서 임시대대

‘본사 침탈’ 유감 표명하면서도
“직접고용 합의 존중” 뜻 밝혀

민주노총은 11월 총파업 등 결의
23일 오후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이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점거 농성 중인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임시 대의원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천/연합뉴스
23일 오후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이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점거 농성 중인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임시 대의원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천/연합뉴스
피부에 닿을 때마다 소름이 돋을 만큼 공기는 차가웠다. 날은 잔뜩 찌푸렸다. 스산한 하늘로 치솟은 지상 25층짜리 한국도로공사(도공) 본사 건물 바깥 한쪽 벽엔 ‘너무 힘들어요! 동료가 될 우리! 농성은 이제 그만!’이라는 초대형 펼침막이 붙었다. 도공 정규직 노조인 한국도로공사노조가, 임시 대의원대회가 열린 23일 오전에 설치한 것이다. 이 건물 2층 로비와 후문 앞에선 도공 비정규직인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이 1500명 모두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15일째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도공노조의 임시 대의원대회가 열린 이날 오후 2시, 후문 앞에선 요금 수납원들을 지지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임시 대의원대회도 열렸다.

민주노총은 임시 대의원대회 사흘 전인 지난 20일, 행사 장소를 경북 김천의 도공 본사로 바꿨다. 이들과, 요금수납원들의 본사 농성을 막으려 나섰던 도공노조의 임시 대의원대회가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동계 안팎에선 물리적 충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양쪽 행사는 모두 1시간20여분 만에 평화롭게 끝났다. 이들이 다 같이 겨눈 대상은 정부와 도공 경영진이었다.

1층 로비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연 도공노조는 이날 채택한 성명에서 우선 “‘본사 침탈’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도공은 무법천지의 상황에 이르렀고, 그 과정에서 겪었던 폭력, 모욕적 비방과 욕설에 우리는 분노했다”며 요금 수납원들의 본사 점거 농성에 유감을 표하고, 철수를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15일째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요금 수납 노동자들의 절실한 절규를 노동자적 연대의식으로 부정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며 “요금 수납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2018년 9월5일 노사 및 전문가 협의회에서 합의됐고, 법원에서 효력도 인정됐다. 그에 따라 5100명은 자회사로, 나머지는 직접고용을 앞두고 있으며, 우리는 그 합의정신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농성 중인 요금 수납원들의 요구와 마찬가지로, 지난달 대법원에서 직접 고용 확정 판결을 받은 300여명은 물론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고 소송을 하고 있는 1200여명도 도공이 직접 고용 해야 한다는 뜻을 사실상 드러낸 셈이다. 이들은 “정부와 경영진은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라”며, 오는 28일 청와대 앞에서 7천명 이상이 참여하는 ‘도공 사태 조속한 해결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한국도로공사(도공) 정규직 노조인 한국노총 공공노련 도공노조가 경북 김천시 도공 1층 로비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도공노조 제공
한국도로공사(도공) 정규직 노조인 한국노총 공공노련 도공노조가 경북 김천시 도공 1층 로비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도공노조 제공
도공노조가 이런 성명을 채택한 것은, 요금 수납원의 직접 고용 여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분수령으로 떠오르면서, 정규직 노조가 ‘밥그릇’을 지키려고 비정규직과 노노 갈등을 빚는 것으로 비치는 모양새에 부담을 느낀 결과로 풀이된다. 사실 ‘2018년 9월5일 노사전 합의’는, 도공이 직접 고용할 경우 요금 수납이 아니라 조무 업무를 맡기도록 한 내용 등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강래 사장 등 도공 경영진이 소송 진행 중인 1200명의 직접 고용을 계속 거부하는 것에 정규직 노조가 에둘러서나마 비판적인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어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정부·여당 등에 또 다른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끝난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도 정부와 도공 경영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여성, 비정규직·장애인·저임금 노동자인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정부와 도공의 추악한 이기심, 켜켜이 쌓인 적폐경영과 싸우고 있다. 이 싸움은 1500명 전원이 도공 정규직으로 출근하는 것을 확인해야 끝날 것”이라며 “이들의 직접고용 쟁취를 필두로, 올해 마지막을 장식할 투쟁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악을 저지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총파업”이라고 말했다.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실외에서 열린 이날 대의원대회에는 재적 1292명 가운데 74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요금 수납원 투쟁 승리를 위한 투쟁기금 1억원 모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또 노동기본권 쟁취와 노동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위해 11월9일 10만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11월 말~12월 초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김천/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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