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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현장에서] 법원의 ‘직접고용’ 명령도 뭉개는 도공 사장

등록 2019-07-10 19:21수정 2019-07-10 20:12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에서 한국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고속도로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지난 30일부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42명은 톨게이트 구조물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에서 한국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고속도로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지난 30일부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42명은 톨게이트 구조물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에서 2003년부터 한국도로공사 소속 기간제 노동자로 요금 징수 업무를 시작한 박선복씨는 10일로 열하루째 일손을 놓고 동료 40명과 함께 톨게이트 옥상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박씨는 같은 곳에서 일하며 6년간 해마다 계약을 갱신했다. 2009년이 되자 도로공사는 외주업체로 소속을 옮길 것을 요구했다. 요금 징수는 1998년 구제금융 이전까지 정규직이 하던 업무인데, 공공기관인 도로공사는 이후 기간제 일자리로 바꾸거나 용역업체에 도급을 맡겼다.

문제는 도급 이후에도 도로공사가 박씨 등 용역회사 소속 노동자의 노동을 사실상 지휘감독을 한 대목이다. 출퇴근과 휴가 등을 일일이 보고받는 등 사실상 도로공사가 사용자 구실을 했다. 무리하게 외주화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다.

서울동부지법과 수원지법 성남지원, 대구지법 김천지원 그리고 서울고법이 2015년부터 1500여명에 이르는 이들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낸 소송에서 ‘불법파견’이라고 선고했다. 도로공사가 형식적으로는 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었으나, 실제로는 파견 노동자처럼 일을 시켰을 뿐 아니라 요금 징수는 ‘파견법’이 허용하지 않은 업무이니 ‘불법파견’이라는 것이다. 파견법은 2년 이상 일을 계속 시키면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하거나 고용 의무가 생긴 것으로 보니 도로공사가 이제라도 직접고용을 하라는 명령이다. 공공기관이 처벌조항까지 딸린 실정법을 어겨가며 ‘나쁜 고용’을 일삼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그런데도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새로 만든 자회사로 옮기라고 했다. 3∼4년 뒤에 수납원 없는 톨게이트를 만들겠다는 도로공사로선 자회사가 ‘합리적 선택’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공공기관이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불법에 대해 반성하지 않겠단 선언에 다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17년 공약집에서 “대기업·공공부문의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에 대해 원청기업이 공동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며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 판정 시 즉시 직접고용(고용의제) 제도화”를 약속했다. 이 사장은 사법부의 선고도 아니고 행정부의 처분에 해당하는 ‘판정’만으로도 직접고용하겠다는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타산지석도 있다. 이 사장이 간담회 하던 날 수원지검 공안부는 일상적으로 860명을 불법적으로 파견받아 쓴 혐의로 박한우 기아차 사장을 기소했다. 파견법은 불법파견을 받아 쓴 사용자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박 사장이 기소되기 전에도 차별받은 노동자의 고공농성과 수천명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잇따랐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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