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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동조건 위반 첫 본보기…유럽 진출 기업 제재 등 ‘발등의 불’

등록 2019-07-04 21:29수정 2019-07-05 10:54

EU 전문가 패널 소집 요청 의미

FTA 분쟁해결 절차 마지막 단계
투자 유보·통관 강화 제재 가능성
전문가 “정부·사용자 낙관 틀렸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4일 한국 정부에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한 건 이제부터 한국이 부정적 의미에서 전세계적으로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섬을 의미한다. 유럽연합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 가운데 노동 조건 위반을 이유로 분쟁 해결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 절차에 이른 건 한국이 처음이다.

핵심 쟁점은 한국 정부가 유럽연합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이 2011년 7월 발효된 뒤에도 유럽연합과 약속한 국제노동기구(ILO) 8개 핵심협약 가운데 4개를 여전히 비준하지 않은 대목이다. 한국은 결사의 자유 관련 87호·98호 협약과 강제노동 관련 29호·105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그러자 유럽연합 집행위는 지난해 12월17일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분쟁 해결 절차를 시작한다고 통보했다. 당시 유럽연합 쪽은 4개 핵심협약 비준과 더불어 협정에서 준수하기로 한 1998년 국제노동기구의 ‘노동에서의 기본 원칙 및 권리에 관한 선언’을 지키지 않고 있는 부분도 함께 지적했다. △노조법에서 근로자 개념이 너무 좁아 특수고용형태 종사자 등이 배제된 점 △근로자 아닌 자가 가입한 노조의 법적 성격을 부정한 점 △노조 설립신고 제도의 자의적 운영 △평화적 파업을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사법 관행 등도 협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핵심협약을 비준한다고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란 얘기다.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을 이유로 한국 정부에 ‘전문가 패널’ 소집을 공식 요청했다.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을 이유로 한국 정부에 ‘전문가 패널’ 소집을 공식 요청했다.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을 이유로 한국 정부에 ‘전문가 패널’ 소집을 공식 요청했다.
정부는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의 사회적 대화가 여의치 않자, 이번 정기국회 때 입법과 동시에 105호를 뺀 나머지 3개 협약의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내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4일 “유럽연합은 우리 정부의 입장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회에서의 처리 여부가 정치적으로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패널 소집은 자유무역협정에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상대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제기하는 절차 가운데 마지막 대목에 해당한다. 정부는 유럽연합과 협의해 두달 안에 전문가 패널을 소집해야 한다. 패널은 한국 정부와 유럽연합이 한명씩 선정하고, 그 두명이 제3국에서 의장 후보자 한명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패널은 구성된 뒤 90일 동안 조사를 해 보고서를 내고, 이후 양쪽 정부 협의체에 해당하는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위원회’가 패널의 권고나 조언이 이행되는 상황을 점검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단계에서 유럽연합이 협정 위반을 이유로 한 각종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럽연합이 대외무역에 인권 정책을 연계한 뒤 최초로 에프티에이를 맺은 나라가 한국인 탓에 첫 본보기도 한국이 됐다”며 “에프티에이만으론 제재할 수 없지만 유럽연합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큰 영향을 받는 등 제재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유럽연합 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 유보 △한국 수출품의 통관절차 강화 등을 유럽연합이 한국에 가할 수 있는 제재의 유형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으로 설치된 ‘지속가능 발전에 관한 국내 자문단’의 노동 쪽 위원인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그동안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것은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기 때문에 노력만 해도 분쟁 절차를 끝낼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해온 정부와 사용자들의 얘기가 틀렸다는 게 드러났다”고 짚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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