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앞줄 가운데)이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전원회의를 열어 2020년치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사상 첫 공익위원 집단사퇴 등 파란을 겪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새 진용을 꾸린 뒤 첫 회의를 열고 2020년치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새 위원장으로 뽑힌 박준식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 속도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신중한 접근과 판단을 강조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위원회 회의실에서 전원회의를 열어 이날 새 공익위원으로 위촉된 박준식(59) 한림대 교수(사회학)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박 위원장은 회의 뒤 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과거 최저임금이 상당히 낮았을 때 노동시장에 미치는 임팩트는 약했으나, 지금은 어느 수준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노동자뿐 아니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다소 빨랐다는 것엔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것같다”면서도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건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다소 빨랐던 최저임금 인상 과정이 우리사회 경제사회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각적인 각도에서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설명도 내놨다.
박 위원장은 최저임금 제도에 대해선 개인 소견임을 전제로 “최저임금 제도는 홍익인간 정신을 실천하는 제도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사회에 참여하는 한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구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다음달 5일부터 서울·광주·대구에서 공청회를 열고 영세사업장을 방문하는 등 2020년치 최저임금 책정을 위한 현장 행보를 벌인다. 이에 앞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박 교수를 비롯한 공익위원 8명과 사용자위원 2명 등 10명한테 위촉장을 줬다. 이 장관은 인사말에서 “위원 한 분 한 분이 공익의 관점에서 저임금 노동자분들의 생활 안정 문제, 최저임금이 고용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균형 있게 고려해서 심의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전원회의에선 노동계와 사용자 쪽의 팽팽한 기 싸움이 펼쳐졌다. 포문은 노동계가 열었다. 노동자 위원인 이성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지난해 경영계의 공익위원에 대한 불신과 정부의 일방적인 위원회 체계 개편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고 공익위원들이 사퇴까지 하는 등 최저임금 논의가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같은 노동자 위원인 백석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도 “최저임금 속도 조절은 정부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며 “법에 명시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있고 위원들의 독자성과 자발성 또 우리 사회 미래를 위한 내용을 (정부가) 보장하지 않게 된다면 또다시 파행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사용자 쪽은 내년치 최저임금의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위촉장을 받은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지금 경제가 어렵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며 “최저임금이 2년 동안 너무 급격히 올랐고 상대적 수준도 국제적으로 높이 올라와 있기 때문에 소상공인이나 사업장들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에 위원회가 시장에 신호를 확실히 보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새내기 사용자 위원인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도 “지난해와 올해의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고용감소 등 부작용 초래하는 건 과유불급의 전형적 사례”라며 “최저임금도 업종별 차이에 대한 고려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단일 체계인 최저임금을 업종으로 나눠 달리 책정하자는 주장은 사용자 쪽의 오래된 요구로, 노동계는 “사실상 최저임금 제도 자체를 허무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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