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맨 왼쪽)이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을 포함한 공익위원 8명의 사퇴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결국 한 달 전 사퇴 의사를 밝힌 류장수 위원장 등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8명은 모두 물러나는 것으로 거취가 정리됐다. 이들을 사퇴하게 만든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한발짝도 못 움직이는 가운데 내년치 최저임금은 보궐 임기의 새 공익위원을 선임한 뒤에야 비로소 현재 제도 틀 안에서 시간에 쫓겨 가며 정하게 됐다. 정부가 명분 없는 정책 변화를 꾀하다 ‘게도 구럭도’ 잃는 모양새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위원회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제가 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당연히 공익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어제 다른 공익위원들과 전부 접촉했는데, 전체적으로 그만두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최임위 공익위원 9명 가운데 고용노동부 간부로서 당연직인 임승순 상임위원을 제외한 류 위원장 등 민간 공익위원 8명은 지난 3월 초 집단 사의를 표명했다.
류 위원장은 사퇴의 결정적 이유로 정부가 추진중인 최임위 결정구조 이원화 시도를 들었다. 그는 “동의하든 안 하든,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정부 입장이 공식화되면 그만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정부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으면, 저는 개인적으로 사퇴서를 전혀 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른 공익위원들도 그런 상황이 아니었으면 사퇴서를 낼 분이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최임위 내부 논의도 없이 지난 2월 말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냈다.
하지만 이원화 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야당 간사인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마저 “갈등만 더 유발하는 방안”이라며 반대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한에 쫓긴 고용부는 3월29일 최임위에 2020년치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했으나 최임위는 공익위원 사퇴 논란 속에 본위원회를 여지껏 열지 못했다.
결국 내년치 최저임금은 이번에 그만둔 공익위원들의 임기를 채울 공익위원 8명을 새로 위촉한 뒤에야 현행 법체계에서 정하게 됐다. 최저임금법에 의하면 최임위는 심의요청을 받은 날(3월29일)에서 90일째인 6월27일까지 내년치 최저임금을 정해 고용부에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첫 본위원회 회의는 5월17일에 하는 등 현재 상황에서 내년치 최저임금 심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청와대 인사 검증을 거쳐 새 공익위원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일정이 매우 빠듯할 수밖에 없다. 이날 간담회장 주변에 있던 고용부 관리들은 류 위원장의 전원 사퇴 소식에 “미처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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