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경영대학의 신임 학장 후보자로 선출된 교수가 ‘유령 논문’ 5편을 자기 업적으로 학교에 보고했다가 적발돼 학장 후보에서 사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서울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경영대학 신임 학장 후보인 김아무개(54) 교수가 학회지에 실었다며 학교에 보고한 논문 가운데 5편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 논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유령 논문 5편을 자신의 논문이라고 학교에 알린 뒤 연구비를 타간 의혹도 받고 있다.
유령 논문 사건은 오는 1월 말 임기가 시작되는 경영대 학장 선거를 치르며 불거졌다. 신임 학장 후보로 출마한 이들을 검증하면서 김 교수의 논문도 검증 대상이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김 교수가 보고한 논문 5편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 논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대 경영대 ㄱ 교수는 “한 교수가 교수들에게 전체 메일을 보내 해당 논문 5편과 관련한 공개질의를 했다”며 “내용을 보면 ‘5편의 논문 모두 어떤 저널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문제가 된 논문들의 고유 식별번호(DOI·Digital Object Identifier)를 조회해봤더니 다른 논문이 나오더라”라고 전했다.
선거 과정에서 유령 논문 의혹이 일면서 사안은 연구 부정행위를 조사하고 처리하는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진실위)에 회부됐다. 서울대 경영대에서 보직을 맡고 있는 ㄴ 교수는 이에 대해 “김 교수 사건은 현재 이의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며 “절차상 진실위 조사 뒤 이의 신청 기간이 있고 최종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밝혀지면 징계위에 회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진실위 관계자들은 “진실위에서 조사 중인 사안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내용도 확인해줄 수 없다”거나 “직무상 진실위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유령 논문 사건이 터지면서 지난해 12월 초께 치러졌던 서울대 경영대의 신임 학장 선거는 없었던 일이 됐다. 김 교수는 이 선거에서 2차 투표 끝에 현재 학장을 맡고 있는 박아무개 교수를 3표 차로 이기고 최다 득표를 했다. 그러나 유령 논문 의혹이 진실위에 회부되면서 최다 득표를 한 김 교수는 사퇴하고, 인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현 학장인 박 교수가 경영대 학장직을 연임하기로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학장 선거 절차를 원칙대로 밟았으나 이번 사건이 불거져 부득이하게 지금 학장이 연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유령 논문 보고 사실이 학내에 알려지면서, 서울대 교직원들과 김 교수를 아는 이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한아무개 교수는 “제기된 문제가 모두 사실로 결론이 난다면 연구 진실성과 관련해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며 “일반적인 논문 표절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고 말했다. ㄱ 교수 또한 “같은 경영대 교수로서 부끄럽고 죄송하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이런 일을 저지른 교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대신 “현재 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며 “(위원회 논의 내용은) 대외비인데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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