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천, 광주, 부산, 대전 등 전국에서 모인 특성화고 학생들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엔피오(NPO)지원센터에서 지난해 현장학습 도중 숨진 이민호 학생 1주기 추모식과 새롭게 시행된 정책으로 현장실습 등에서 겪고 있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생생한 현실과 요구를 토론하기에 앞서 고인을 추모하는 헌화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해 5월 9명이 숨진 크레인 사고가 있었다. 두달 뒤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에 대통령이 처음 메시지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크레인 사고를 언급하며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될 수 없다”고 했다. 원청의 책임과 파견·용역 노동자의 안전, 재해 발생 시 작업을 중지하는 조처 등 산업안전 원칙을 선언했다. 대통령의 원칙은 얼마나 구현되고 있을까?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선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법률안이 의결됐다.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1981년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바뀌는 건 1990년 이후 28년 만이지만, 올해 초 입법예고안보다 후퇴했다는 평가다.
개정안은 보호 대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넓혔다. 택배기사나 배달원처럼 산재에 노출돼 있지만 보호 대상이 아니었던 이들까지 포괄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조처도 내놨다. 원청 사업주가 안전조처를 해야 할 곳을 ‘일부 위험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넓혔다.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의 처벌도 현행 1년 이하 징역형에서 하청 사업주와 같은 5년 이하로 높였다. 타워크레인 같은 ‘위험 기계’를 쓰면 원청은 의무적으로 안전보건 조처를 해야 하고, 산재가 일어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노동자의 작업중지권도 명시했다.
하지만 국회 제출이 예정된 애초 법안에서 경영계 반대로 일부 핵심 조항이 수정됐다. 안전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업주가 노동자 사망 때 받게 되는 하한형(1년 이상)이 빠졌고, 위험 작업 예외 조항도 신설됐다. 직업병 발생 위험이 높은 수은, 납, 카드뮴을 사용하는 작업의 도급을 금지했는데, 일시·간헐적 작업 등은 예외로 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하한형 도입에서 또 재벌 편에 섰다”고 비판했고, 경총은 “사업주 엄벌은 기업의 경영활동만 위축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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