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21회
한국잡월드, ‘공공부문 정규직화’로 되레 대량 해고 우려
한국잡월드, ‘공공부문 정규직화’로 되레 대량 해고 우려
“출근을 해 일하는데 허리 상태가 안 좋아져서 병원에 가서 곧바로 디스크 수술을 했습니다. 다음날 회복실에 있는데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해고 처리를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원청인) 한국잡월드에서 지시한 사항이다. 퇴원하고 나면 재입사 처리하겠다’ 그러는 거예요. 말이 안 되잖아요.”
한국잡월드의 직업체험강사인 조운범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한국잡월드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종합직업체험관입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이곳의 직업체험 강사들은 전체 노동자의 70%가 넘는데 전원이 비정규직입니다. 조씨 외에도 다수의 강사들은 ‘회사의 갑질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화장실을 못가게 해서 방광염에 걸렸습니다.”
“같이 근무하던 동료를 회사가 해고하는 과정에서 협박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회사에 밉보이면 나도 당할까 봐) 너무 무서웠습니다.”
“(직업체험을 하러 온) 여고생들이 탄 엘레베이터가 3, 4층 사이에서 멈춘 채 고장난 일이 있었습니다. 학생들 구조가 끝난 후 그 학교 교감이 전체적인 컴플레인을 하면서 ‘무릎 꿇어’라고 하셨습니다. (원청) 관리자들은 현장에 오지도 않았고 (비정규직 강사인 나) 한 사람에게만 모든 책임을 넘겨서 무서웠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당하는 설움이 비정규직·간접고용 노동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껴왔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에 크게 기뻐하고 기대한 것은 당여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기대도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올해 4월 한국잡월드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 방침을 확정했기 때문입니다.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분회 소속으로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투쟁 중인 강사들은 160여명에 달합니다. 자회사 채용에 끝까지 응하지 않을 경우 이들은 계약 만료일인 12월 31일 사실상 해고됩니다. 농성 99일째인 지난 24일, 박영희 분회장은 청와대 앞에서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합니다.
노동부 산하기관 노동자로 아이들에게 직업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 직업체험강사들의 이야기를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팀이 취재했습니다. 취재·연출 김도성 피디 kdspd@hani.co.kr
회사에서 갑질을 당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는 한국잡월드 직업체험강사 조운범 씨. 원:피스 화면 갈무리. 김도성 피디
한국잡월드 노동자의 70%가 넘는 직업체험강사들은 전원이 비정규직이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김도성 피디
한국잡월드는 직업체험강사들을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에 응하지 않는 강사들은 계약기간이 끝나는 12월31일 전원 실업자가 된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김도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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