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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까데기 7시간” CJ 택배기사들 힘겨운 일상을 풀어놓다

등록 2018-07-12 10:54수정 2018-07-12 21:22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택배노조, 지난달 30일 경고 파업 등 CJ대한통운과 싸움
“하루 7시간 분류작업 개선” “성실교섭” 등 내세워
“주52시간? 딴나라 얘기” “박스에 ★★ 표시해 노조원 탄압”

택배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입니다. 그들은 2017년 11월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을 결성했습니다. 택배노조는 지금 씨제이(CJ)대한통운과 싸우고 있습니다. 발단은 배송물품 분류작업이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하루 13시간을 근무하는데 7시간은 택배 업무와 상관없는 물품 분류작업을 공짜로 하고 있다”며 “과로로 매순간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6월20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

노동조합은 ‘7시간 공짜노동 분류작업 개선’과 ‘성실 교섭’ 등을 내걸고 6월 30일 하루 ‘경고 파업’을 벌였습니다. 회사 쪽은 이에 맞서 본사 직영기사를 투입해 택배를 배송하고, 물량을 실은 차량을 다른 지역 터미널로 보내 분류와 배송에 나서게 됩니다. 조합은 회사의 행위가 대체인력 투입과 ‘물건 빼돌리기’를 통해 정당한 쟁의 행위를 방해하는 불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회사는 소비자 피해를 내세워 대체인력 투입이 문제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팀이 택배노조 조합원들을 만났습니다.

*등장 인물 : 택배 노동자 김용국(5년차), 안병국(6년차), 김한국(가명과 모자이크·10년차)

택배노동자 인터뷰. 왼쪽부터 안병국, 김용국, 김한국(가명). <원:피스>화면 갈무리. 한겨레TV
택배노동자 인터뷰. 왼쪽부터 안병국, 김용국, 김한국(가명). <원:피스>화면 갈무리. 한겨레TV

#1. 배달의 기수들…평균 12시간, 400여개 배달

용국 : 이제 5년차 됐습니다. 병국: 저는 6년차. 한국: 저는 택배한지 10년 이상 됐고요.

용국 :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일동) 12시간 됐네요. 배달은 한 400개 정도.

병국 : 저는 시간이 많이 걸려요. 평균 13시간 합니다. (배달은) 320개에서 330개 정도.

한국 : 저는 460개 정도 배송했고요. 6시 전에는 일어나서. (병국) 5시 40분.

용국 : (뒤에 물품 분류 라인을 가리키며) 이 레일이 도는 시간이 7시에요. 정확하게.

병국 : (아침은 어떻게 드시나요?) 컵라면, 컵밥 이런 거. 거르는 사람도 있고.

용국 : 라면 지겨워서 3분 카레, 햇반. 요즘은 그걸로 해결하고 있어요.

병국 : 간편식 그니까.

#2. ‘까데기’의 추억,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한국 : 일명 ‘까데기’(분류작업을 뜻하는 은어)라는 분류작업인데, 이 작업을 하게 되면 화장실 갈 시간조차도 안 나요. 속 안 좋거나 그러면 화장실 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내가 하나 빠지게 되면 주변 사람들한테 영향을 줘요. 물건을 잡아야하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는 아침 같은 것을 아예 안 먹고요. 화장실 안 갈려고요.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한겨레TV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한겨레TV

용국 : (택배 일 시작하고) 열흘 한 달 이때 생각했을 때, 제가 89년에 입대했거든요. 군대를 다시 들어온 느낌. (한국 : 지금은 한 병장된 것 같아요?) 아, 지금은 병장 됐지. 하하하. 추위랑 싸워야 하고, 더위랑 싸워야 하고. 그런 부분이 있잖아요. 군대에서는 해를 가릴 수 없잖아요. 배달 나가서 아파트 도로 변에 차를 세웠어요. 해를 막을 수 없어요. 군대에서 힘든 게 그런 거잖아요. 여기 보시면(분류 작업장을 가르키며) 오픈돼 있잖아요. 겨울에 여기서 새벽에 분류 작업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얇은 장갑 하나 끼고.

#3. 재입대한 기분, 명절 때 비올 때 가장 힘들다

한국 : 택배가 1년에 제일 바쁠 때가 구정, 추석 땐데. 구정 3일 전에 일을 시작했어요. 그것도 하필 강남에서. 한 나절 지나니까 ‘너 혼자 해봐라’ 그런 다음에 차 주고 가더라고요. 워낙 바쁘니까. 왜냐하면 저한테 붙어서 택배를 가르칠 시간조차 없으니까. 그 정도로 바쁘니까. 남들은 백화점 가서 명절맞이 준비하고 뭐하고 하는데 나는 눈 맞아 가면서 비바람 맞아 가면서 뭐 하고 있나?

택배노동자 김용국씨가 택배 일을 처음 시작할 때를 회상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한겨레TV
택배노동자 김용국씨가 택배 일을 처음 시작할 때를 회상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한겨레TV

병국 : (첫 월급은 얼마 받으셨나요?) 200만원이요. 한국 : 저는 150만원. 용국 : 저도 한 200만원

한국 : 거의 사실상 지금 생각해보면 갈취죠. 강남역에 그때까지만 해도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없어가지고 물건들 전부 등짐지고 내려가서 강남역까지 배송하고, 상가에서 주택가까지 하루 종일 배송했으니까요. 지금 150만원 주고 강남 한복판에서 하라고 하면 누가 해요.

용국 : (언제 가장 힘들어요?) 요즘 장마철, 비올 때. 아까도 군대 이야기 했지만 택배 기사 우산 쓴 사람 없잖아요. 다 맞고 해야 하는데. ‘아 내가 이걸 계속해야 하나?’ (한국 : 형, 한 여름에 비 맞는 게 더 시원해요. 허허) 아니 비가 어느 정도 오면 그냥 맞고 해요. 근데 억수 같이 쏟아질 때 있잖아요. 사람 젖는 게 문제가 아니라 물건이 젖기 때문에. 담배 하나 피고 있으면 그 생각 들죠. ‘아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나?’

택배노동자 김용국씨가 일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을 토로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한겨레TV
택배노동자 김용국씨가 일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을 토로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한겨레TV

한국 : 식품들 같은 게 오잖아요. 그걸 배송처리를 당일에 안 하면요. 식품은 상하게 되잖아요. 사고처리를 저희가 해야 돼요. 죽어라고 해야 되는 거예요. 어쨌거나. 만약에 30만원짜리 굴비 세트다, 정말 이거는 인간이 못할 지경임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배송을 해야 돼요.

병국 : 물론 힘들 때도 있긴 있는데요. 나이에 비해 결혼을 늦게 해서 아이가 어려요. 걔 생각하면 앞으로도 제가 20년은 해야 합니다. 현재 58세인데. 허허허허어. 그래서 힘들고 그럴 때도 그런 생각 잠깐 들어도 참고하죠. 허허.

#4. 공짜 분류 노동, 감수할 수준을 넘었다

용국 : 택배 산업이 성장하고 있잖습니까? 늘어난 물량, 예전에는 분류 작업 2~3 시간이면 충분했어요. 지금은 턱도 없어요. 오전 7시부터 시작하면 분류작업만 7~8시간 걸려요. 우체국은 아침에 출근하면 동별로 분류돼 배송 물건이 쌓여 있는데, 씨제이대한통운은 아직도 출근해서 오후 1~3시까지 분류작업해요. 분류가 늦으니 배송도 늦고 당연히 늦게 끝날 수밖에 없어요.

한국 : 예전에는 내 생계를 위하는 거다 생각해 인내하고 감수하고 일하자 그랬어요. 지금은 그 이 수준을 넘어선 것 같아요.

용국 : 여태껏 관행대로 해왔다고 밀고 갈 부분이 아니에요.

택배노동자들이 무임금 분류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피스>화면 갈무리. 한겨레TV
택배노동자들이 무임금 분류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피스>화면 갈무리. 한겨레TV

병국 : 저희를 특수고용노동자라고 하지요. 개인사업자로 자영업자로 만들어 놓고, 회사 매뉴얼대로 일하고 있어요. 원래 개인 사업자들은 자기 마음대로 하잖아요. 쉬고 싶을 때 쉬고, 출근도 그렇고, 퇴근도 그렇고. 그런데 저희는 정시에 출근해서 배송 마쳐야 퇴근해요.

용국 : 차량도 보듯이(뒤에 화물 트럭을 가르키며) 저희가 차에 직접 도색을 하구요. 일체 광고비 없습니다. 일체 감가상각비 없고, 티 입고 있지만 저희가 자비로 사고요.

병국 : 공짜 없어요. 저희가 다 사서 입습니다.

용국 : 하다못해 송장도 저희가 다 사서 씁니다.

(현재 시각 저녁 9시, 병국씨는 남은 배송 물품이 있어 인터뷰를 중단하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5. 주 52시간?… 딴 나라 문제라고 생각

용국 : (‘주 52시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고개를 갸우뚱하며) 주 52시간. 저희와는 멀지요. 사실. 특수성이 있어가지고 포함되지 못한 업종이 몇 개 되잖아요? 52시간에 대해서는 딴 나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 저희는 국가에서 근로자로 인정했기 때문에 노조 필증이 나왔지만, 씨제이 일을 하고 있는데 씨제이 본사에서는 저희를 근로자로 인정을 안 해주잖아요. 결국은 아무것도 인정을 안 해주기 때문에 국가에서 근로자에 관한 법을 제정하든, 어떤 정책이 나오든 저희는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잖아요. 왜냐하면 회사가 다 무시하니까!

용국 : 정식으로 노조 필증을 받은 노조고...

한국 : 이야기합시다, 딱 그런데... ‘너네랑 이야기할 필요 없어.’ 왜냐? ‘너네는 노동자로 인정 안 해.’, ‘너네랑 대화 안 해!’

택배노동자들 김용국씨가 주 52시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한겨레TV
택배노동자들 김용국씨가 주 52시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한겨레TV

#6. 별을 단 노조원들, 기름값도 안 나오는 상황

용국 : 울산 영남지역 저희 노조원들은 별이 그려져 있어요. (한국 : 별 2개) 허허허. 그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택배 받으시면 주소들 있잖아요. 그 중앙에 별이 두 개 딱 표시가 돼 있습니다. 노조원이 배송할 수 있는 구역.

한국 : 노조원이라는 딱지!

용국 : 그 별 그려진 물건들을 울산이라면 울산으로 가야할 물건들이 다시 실려서 부산으로 가는 거예요. 부산으로 가서 여기 직영(택배 기사)분들이 내려가서 그것을 배달하려고 하는 상황이죠. 그걸 대체 배송이라고 하지요. 저희가.

택배노조원들의 송장에 별2개가 찍혀 있다. 노조원들은 별을 ‘노조 딱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한겨레TV
택배노조원들의 송장에 별2개가 찍혀 있다. 노조원들은 별을 ‘노조 딱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한겨레TV

한국 : 하루에 300개 400개 배송해야 하는 사람이 10개 나오고….

용국 : 제일 심각한 게 당장 노조원들이 생존권에 대한 위협을 받죠. 물건이 뭐 20개, 50개 떨어지면 기름값도 안 나오는 상황이잖아요.

한국 : 인정해줄 것은 서로 인정해주고, 양보할 것은 양보해주고. 같이 잘 살아봤으면 좋겠어요.

용국 : 사측에서 하루 빨리 이 사태를 마무리해서….

택배노동자 김용국씨가 회사와의 갈등이 하루 빨리 해결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한겨레TV
택배노동자 김용국씨가 회사와의 갈등이 하루 빨리 해결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한겨레TV

(택배노조 울산·경남 지부는 ‘7시간 공짜노동 분류작업 개선’과 회사 쪽의 ‘성실 교섭’을 요구하며 6월27일부터 분류 작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회사 쪽은 노조원들의 배달구역 택배 송장에 별표를 표시(지난 11일부터 하트로 변경)하고, 대체인력을 투입했습니다. 이에 택배노조는, 회사의 대체인력 투입과 물건 빼돌리기’로 인해 노조원들의 배송 물량이 급격히 줄어 생계에 위협을 겪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씨제이 대한통운 쪽은 “분류 작업은 택배 사업 도입 때부터 택배 기사의 고유 업무이고, 교섭 대상자는 본사가 아니라 택배 집배점”이라며 반박했습니다.)

기획·연출 정주용 피디 j2yong@hani.co.kr 촬영 박성영 이규호

⊙ 한겨레TV 시사다큐 원:피스 더보기 ☞ https://goo.gl/jBPK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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