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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포토] 11년…한국에서 가장 긴 투쟁의 이름 ‘콜트·콜텍’

등록 2018-04-10 17:15수정 2018-04-10 19:07

12년째 최장기투쟁사업장 ‘올해는 끝낸다!’
“후회하냐고? 새로운 세상 배워 후회 안해
사회가 노동자·비정규직 좀 더 존중해주길”
콜트콜텍 투성 11년을 꽉 채운 9일. 새 펼침막으로 단장한 서울 광화문 농성장을 김경봉 씨가 바라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콜트콜텍 투성 11년을 꽉 채운 9일. 새 펼침막으로 단장한 서울 광화문 농성장을 김경봉 씨가 바라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여름에 기타 만들기가 젤루 어렵지. 습도가 높으니께. 평소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 이 사진 속 기타들이 전부 한 대당 500~600만원씩 하던 명품들인데, (콜트공장이 모두 해외로 이전한)지금은 기타 품질이 많이 떨어졌단 소리가 들리더만…”

어느덧 머리에 하얗게 눈이 내린 해고노동자 임재춘 씨의 목소리가 살짝 들떴다. 종일 평소보다 침울한 얼굴로 농성장 주변을 서성이던 그다. “완성라인 담당이었노라”고, 기타가 찍힌 옛 공장의 사진들을 짚어가며 ‘30년 노하우’를 술술 이야기하는 그에게서 기타 장인의 자부심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예전 같지 않다더라’는 요즘 기타 이야기에 접어드니 다시 목소리가 가라앉는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투쟁이 11년을 꽉 채운 지난 9일 서울 광화문의 농성장에는 이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그림, 영상으로 기록한 전시회가 문을 열었다. ‘NO CORT! 11년의 투쟁’을 돌아보고 올해에는 꼭 해결을 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11일간의 프로젝트 첫 행사다.

콜트콜텍 투성 11년을 꽉 채운 9일. 새 펼침막으로 단장한 서울 광화문 농성장을 임재춘 씨가 바라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콜트콜텍 투성 11년을 꽉 채운 9일. 새 펼침막으로 단장한 서울 광화문 농성장을 임재춘 씨가 바라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처음 시작은 2007년 인천 부평의 콜트악기 노동자 56명의 정리해고였다. “창문이 있으면 딴 생각을 한다”는 박영호 사장의 뜻에 따라 지상의 공장에는 창문이 없었다. 그래도 “회사가 힘들다”는 말에 자재도 아끼고 수당외 시간도 없이 참고 일한 이들이었다. 같은 해 7월 콜텍 대전 계룡공장 폐업과 노동자 65명 정리해고, 2008년 인천 부평공장 폐업과 남은 노동자 125명 해고가 이어졌다. 노조를 만든 뒤에야 노동자들은 회사가 매년 100억원 대의 이익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장으로 돌아가고자 싸움에 나선 이들에게 사업주는 공장 폐쇄로 대응했다.

그 11년. 고공농성, 단식은 여러번.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들이 밴드를 결성해 음악을 통해 호소했고, 점거 농성은 물론 삼보일배 오체투지, 삭발, 분신...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거리에 있다. 과연 이 싸움은 끝은 어디일까?

임재춘 씨에게 물었다. 후회하지 않느냐고. “맨날 새벽별 보고 출근해 새벽별 보고 퇴근했어요. 그저 일만 하는 기계로 살던 때에 비하자면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프다 억울하다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 후회하진 않아요. 새로운 세상을 배웠지요. 우리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노동자들을 좀 더 존중해주길,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만이라도 없어지길 바랄 뿐”이라고 답했다.

노동, 시민사회, 종교계의 연대로 11년을 버텨온 이들이 12년째에는 정말, 그 끝을 맺고 싶단다. 그 따뜻한 결의와 연대의 프로젝트는 19일까지 11일간 이어진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콜트콜텍 투성 11년을 꽉 채운 9일.서울 광화문 농성장을 새 펼침막으로 단장했다. 내내 표정이 굳어있던 임재춘 씨는 노순택 작가의 사진 속 기타를 부분부분 손으로 짚어가며 공정을 설명할 때에야 잠시 풀어졌다. 마치 그 때로 돌아간 것처럼.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9일 정부서울청사 옆 농성장에 문 연 `콜트콜텍 기타를 만들던 해고노동자의 이야기' 전시.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9일 정부서울청사 옆 농성장에 문 연 `콜트콜텍 기타를 만들던 해고노동자의 이야기' 전시.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전진경 작가의 <농성장 드로잉 시리즈> 지금까지 약 3년간 그는 콜트 콜텍 농성장을 찾아 지속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드로잉 데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작가의 말에서는 그는 "농성의 정당성에 동의하기 때문에, 또 노동자들에게 우정과 지지를 보내는 나의 방식'으로 이 작업에 임했다고 밝힌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전진경 작가의 <농성장 드로잉 시리즈> 지금까지 약 3년간 그는 콜트 콜텍 농성장을 찾아 지속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드로잉 데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작가의 말에서는 그는 "농성의 정당성에 동의하기 때문에, 또 노동자들에게 우정과 지지를 보내는 나의 방식'으로 이 작업에 임했다고 밝힌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 421-1 콜트악기공장. 이 현장에서 미술가들의 전시가 열렸다. 미술가들은 공장으로 모여들어 `청소퍼포먼스'시작으로 폐공장을 예술적 공간으로 바꿔나갔다. 그 공간에 남겨진 노동자들의 물건과 폐자재, 먼지까지 작품이 되었다. 당시 정윤희 작가의 전시를 기록한 정택용 사진가의 작품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옆 콜트콜텍 농성.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 421-1 콜트악기공장. 이 현장에서 미술가들의 전시가 열렸다. 미술가들은 공장으로 모여들어 `청소퍼포먼스'시작으로 폐공장을 예술적 공간으로 바꿔나갔다. 그 공간에 남겨진 노동자들의 물건과 폐자재, 먼지까지 작품이 되었다. 당시 정윤희 작가의 전시를 기록한 정택용 사진가의 작품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옆 콜트콜텍 농성.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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