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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아가야”,“막내작가” 이런 호칭 싫어요

등록 2017-12-12 20:02수정 2017-12-13 14:23

직장갑질119, 신입 방송작가 설문조사 결과
“잡일 시키는 존재, 작가 인정 못 받는 느낌”
“호칭 부당” 73%-“고쳐야” 28% 순응·무력감
지난달 방송작가 노조 출범…권익향상 기대
“막내작가로 불리기 싫어요. 그냥 작가로 불러 주세요.”

방송계 안팎에선 방송작가로 입사했으나, 자신이 직접 원고를 쓰는 이른바 ‘입봉’ 단계에 이르지 못한 이들을 가리켜 ‘막내작가’라고 부른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신입작가 4명중 3명은 이런 막내작가 호칭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전문직 노동자로서의 자존감에 상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막내 작가’라는 호칭을 당장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신입작가들은 10명 중 3명에도 못미치는 무력감을 내보였다. 노동자 인권보호단체 ‘직장갑질119’와 방송작가의 커뮤니티 ‘공정노동을 위한 방송작가 대나무숲’ 등이 신입 방송작가 2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12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막내작가’로 불린다는 응답자가 196명(70.3%)으로 가장 많았다. 스크립터 또는 리서처로 불리는 응답자가 40명(14.3%), 취재작가 19명(6.8%), 보조작가 5명(1.8%)가 뒤를 이었다. ‘기타’ 응답 중에는 그냥 “OO(이름)야”, “아가야” 라는 호칭을 들었다는 사례도 있었다.

신입 방송작가가 ‘막내작가’라는 호칭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복수응답)는 “업무외 심부름 등 잡일까지 쉽게 시키는 존재”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모두 189명(67.7%)이 이렇게 응답했다. “작가만이 아니라 팀 전체의 막내로 취급”(151명), “하는 일을 인정받지 못하고 늘 보조 취급”(104명), “작가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49명) 등의 응답도 나왔다.

신입작가들은 적절한 호칭으로 그냥 ‘작가’(43.4%)를 가장 선호했으며, 보조작가(15.4%), 취재작가(12.5%) 등이 뒤를 이었다.

신입작가들은 ‘막내작가’ 호칭에 대해 “무척 부적절하며 고쳐야 한다”(28%), “적절치 않으나 대안이 없다”(44.8%), “고민해본적 없다”(20.8%), “적절하다”(6.5%) 순으로 응답했다. 다시 말해, 응답자 4명중 3명(72.8%)은 ‘막내 작가 ’라는 호칭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나, “이를 고쳐야 한다”는 응답은 28%로 낮아, 현실 인식과 개선 의지 사에에는 상당한 거리를 보였다.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출범식에서 이미지 지부장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제공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출범식에서 이미지 지부장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제공
직장갑질119의 김혜진 활동가는 “설문조사를 하면서, 방송작가들이 심지어 연속 72시간을 일하면서도 ‘방송의 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많은 것에 깜짝 놀랐다”며 이른바 방송사의 부당한 관행에 대한 체념이 작가 개개인들에게 깊숙히 내재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5년차를 앞두고 있는 한 입봉 작가는 “팀원들의 연차가 높아 아직도 막내작가로 불리고 있다”며 “유능한 작가는 일당백을 해야 한다는 풍조가 당연시 되는 현실이 작가들을 힘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가와 연출(프로듀서) 사이의 위계와 업무 영역을 둘러싼 갈등도 털어놨다.

“사전에 출연자 혹은 아이템에 대한 정보와 고민은 전혀 없이 구성안만 대충 보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잘못되면 ‘나몰라라’ 하고 작가 탓하는 연출은 연출이 아닌 브이제이(VJ) 혹은 편집 기사로 호칭을 정정해야 합니다. 프로그램의 모든 책임을 더 이상 작가에게 떠넘기지 말았으면 합니다.”

한편 방송작가들은 지난달 11일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해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 지부(지부장 이미지)로 공식 출범했다. 노조에는 티브이와 라디오에서 일하는 시사교양, 드라마, 예능 분야의 방송작가 15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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