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9기(직선2기) 임원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후보들이 손을 잡고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 3번 유완형 사무총장 후보자, 윤해모 위원장 후보자, 기호 2번 고종환 수석부위원장 후보자, 이호동 위원장 후보자, 기호 4번 조상수 위원장 후보자, 이미숙 사무총장 후보자, 기호 1번 김명환 위원장 후보자,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후보자.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제9기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 뽑는 선거가 모두 4개조의 후보 중 기호1번(위원장 후보 김명환)과 기호 2번(〃 이호동)의 양자대결로 좁혀졌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새벽 1시30분 발표한 공지에서, “개표 결과 과반수 득표자가 없음이 확실하여 선거관리 규정에 의거해 최고 득표자와 2위 득표자에 대해 결선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결선 투표는 15일부터 21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투표율에 상관 없이 다득표자가 당선자로 확정된다.
공직 선거를 빼고는 전국 단위의 최대 규모 선거인 민주노총 위원장 직선 2기의 1차 투표에선 재적 투표인수 79만3760명에 42만7421명(투표율 53.8%)이 참가해 투표 성립 요건(재적선거인 과반 투표)을 가까스로 넘겼다. 이번 투표율은 2014년 첫 직선제였던 제8기 임원 선거 당시의 63%와 견줘 10% 포인트 가까이 낮아진 것이다. 또 중앙집행부 임원 선거와 동시에 진행된 16개 지역본부장 선거는 서울, 경북, 강원 등 3개 본부가 투표율이 50%에 못미쳐 재선거를 치르게 됐다.
기호1번 김명환 위원장 후보는 전 전국철도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비정파 산별조직 대표자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2번 이호동은 전 발전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좌파활동가 그룹이 주요 지지층이다. 두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의 핵심 수단 중 하나인 사회적 대화를 놓고 시각과 정책 공약이 뚜렷하게 갈린다.
김명환 위원장 후보는 한국 노동 상황의 변화를 담지 못하는 현 노사정위원회를 폐기하고, ‘신8인 회의’(노조 2명, 사용자 2명, 정부 인사 2명, 대통령, 국회 대표자)라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를 제안하고 있다. “총자본과의 교섭과 투쟁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이호동 위원장 후보는 “사회적 대화는 대화·합의·타협으로 위장된 노동자 양보의 강제”라며 노사정 대화 자체를 반대한다. 강력한 투쟁과 연대를 중심에 놓고, 정부와는 노정교섭 및 산별교섭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선거의 1차 투표는 모바일 투표 장애, 전산 오류, 개표 규정 위반 등 미숙한 선거진행이 겹치면서, 무효표 속출, 투표일 연장, 개표와 점검 지연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장 투표율은 64.6%였으나, 전자(모바일·ARS)투표율이 39.0%로 매우 낮아 전체 투표율 저조의 주 요인이 됐다. 애초 투표 종료일을 하루 연장해 지난 7일 오후 6시에 투표가 종료되고 나서도 개표 결과는 사흘 반나절, 55시간만이 지나서야 공표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민주노총 중앙선관위는 “일부 지역본부 개표소에서 개표 상황표를 개표집계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브이피엔(VPN)과 와이파이(WIFI) 접속 장애로 일부 투표소의 투표결과 데이터가 중앙선관위 서버에 저장되지 않았고, 울산 본부 개표소에선 투표결과 입력 재점검 과정에서 개함해야 하는 ‘투표용지가 초과된 투표함’을 개함하지 않고 개표가 종료돼 재점검을 거쳤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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