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정규·비정규직 노조들이 서울 민주노총 본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연대하기로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정규직 노조들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적극 힘을 보태기로 했다. 전국철도노조, 한국발전산업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서울대병원 분회 등 정규직 노조와 인천공항 지부, 가스공사비정규직 지부 등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시대적 요구로,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단결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민주노조의 사회적 연대’를 촉구했다.
인천공항, 서울지하철공사 등 일부 정규직 노조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뜻밖의 ‘노-노 갈등’ 조짐이 불거진 가운데, 비정규직 노조 당사자들과 기존 정규직 노조가 연대·협력 의지를 공식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식에서도 자회사 설립이 아닌 본사 직접고용을 거듭 촉구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정규직 전환의 향후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공공운수노조는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고용 원칙이 정착돼야 좋은 일자리가 확대되고, 노동자간 차별이 없어지며, 취업준비 청년의 선택도 더 넓어진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우리 자녀와 후배들에게도 청년 선호 일자리라는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물려줄 수 있도록 우리와 함께 하자”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특히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고 나선 사례들은 정부·사용자의 핑계거리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박대성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 지부장은 “비정규직은 낙오자나 배제 대상이 아니며, 정규직과 똑같은 연봉·직급 체계를 요구하거나 정규직의 권익을 빼앗으려는 게 아니라 정당하고 새로운 (노동조건)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정규직이 ‘비정규직 제로’ 사업의 주인공이 돼달라”고 호소했다.
정규직인 한국가스공사노조의 박희병 지부장은 “그동안 ‘비정규직 철폐’가 (노조) 바깥을 향한 외침이었지 안에선 울림이 없었다. 노동환경 개선의 과실을 주로 정규직이 누리고 비정규직은 뜨거운 감자가 된 현실이 안타깝다”며 “다른 노조들도 연대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노조 조합원들은 공공운수노조가 비정규직의 ‘노조할 권리’를 지원하기 위해 모금 중인 ‘비정규연대기금’(1차 목표 10억원)에 4억5500만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1호 공공기관’으로 거론한 인천공항공사에선 최근 정규직 노조가 성명을 내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일괄 전환에 반대한다”며 ‘공개경쟁 채용’을 요구하고, 이에 비정규직 노조가 ‘정규직 피해, 수익성 저하, 취업준비생 역차별’ 등 같은 주장의 허구성을 일일히 설명하며 “오해와 억측을 중단해달라”는 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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