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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일요일 밤 전화 안받았다고 쌍욕” 직장 갑질도 가지가지

등록 2017-11-07 18:28수정 2017-11-07 20:36

노동 전문가들 ‘직장갑질119’ 카톡방 열어
엿새 만에 303건 상담 쏟아져
무임노동·인격모독·해고위협 등 다양
“고용부 진정·손배 청구 등 진행할 것”
“일요일 밤 11시에 전화 안받았다고 썅욕 먹었습니다. 살려주세요…매일 야근 기본12시까지…야근수당 없구요, 쉬지도 않고 37시간 일한 적도 있네요.

“돈(임금 체불)보다도, 인격무시·언어폭력 등 부당대우가 더 억울해 처벌 원해요.”

“다들 불만은 많지만 소리는 못내는 상황이네요. 꼭 좀 바꿔보고싶네요…어제도 수습 한 명 3개월 채우고 짤려서 나갔네요.”

지난 1일 노동전문가 241명이 참여해 개설한 ‘직장갑질119’(gabjil119.com)의 오픈 채팅방에 온갖 상담과 고발이 밀려들고 있다. 불과 엿새만에 카톡 대화와 이메일 신고 등 모두 303건의 상담 요청이 쏟아졌다. 장시간 무임노동, 폭언·폭행, 해고 위협, 인격 모독, 근무중 휴대폰 압수, 잡심부름 등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사용자나 상사에게 겪는 갑질 피해의 정도와 유형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상담 활동가들은 주말 휴일에도 쉬지 못했다. ▶관련기사= “저임금·초과근무·언어폭력? ‘직장갑질 119’에 상담하세요”

직장갑질 119는 개설 이후 엿새간 상담 내용들을 신고 건수와 유형, 내용, 조치 등에 따라 분류한 결과를 7일 공개했다. 상사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욕설과 폭력을 휘두르고, 견딜 수 없는 모욕과 인격모독을 밤낮으로 하고, 하루 2~3시간도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면서 수당은 주지 않는,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 신고가 잇따랐다고 한다.

익명을 보장받은 상담자들이 가장 많이 쓴 낱말을 보면, 법규와 관련된 단어는 수당(212), 연차(174), 퇴사(108), 근로계약(98), 야근(79), 해고(77) 등의 차례였다. 또 감정과 관련된 낱말은 화(309), 욕(69), 무시(63) 등이 많았으며, 폭언(34)과 폭행(10)도 상당수 있었다.

첫 상담자는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였다. 그는 “상사의 인격모독적 폭언에 업무를 못하고 퇴사를 생각하고 있다”며 “억울하고 분해서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고 털어놨다.

‘돈내놔’라는 아이디(대화명)의 계약직 노동자는 “회사 컴퓨터로 대표님께 편지를 썼는데, 보여드리기 위한 게 아니라 혼자만의 화풀이 방식으로 ‘○○○씨에게’ 라고 썼다”며, 그런데 대표가 자신의 컴퓨터를 마음대로 사용하다가 편지를 보고 “대표님을 ooo씨라고 했다는 이유로 해고한다고 합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1일 직장인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고 바로잡는 사회적 캠페인 ‘직장갑질 119’ 활동가들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층에서 공식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1일 직장인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고 바로잡는 사회적 캠페인 ‘직장갑질 119’ 활동가들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층에서 공식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직장갑질119의 상담사로 참여한 노동문제 전문가들조차 카톡방에 올라온 사연들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고 한다. 지난 6일 사회초년생인 20대 여성과 전화상담을 한 김요한 노무사는 “30분가량 통화했는데, 20분을 펑펑 우시네요”라며 기막힌 사연을 전했다. 첫 직장 생활 6개월만에 팀장의 인격 무시를 못견디고 직장을 그만 뒀는데, 업무 인수인계 기간을 채우지 않고 나갔다는 이유로 회사쪽으로부터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내용 증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 개설 엿새째인 6일에는 부당해고된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상담 뒤 회사에 복귀하는 첫 성과도 나왔다. 제약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50대 여성은 중간 관리자의 편파적인 업무 배정과 폭언에 항의했다가 ‘내일부터 그만 나오시라’는 일방적 해고 통보를 받았다. 구교현 활동가는 “이 분께 노동자의 권리와 사용자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처벌 등 근로기준법 내용을 알려주었고, 이 분이 회사에 그런 권리를 들어 다시 항의하자 회사 쪽이 ‘없었던 일로 할테니 다시 나오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이 노동자가 복직한 뒤 불이익을 겪는지 여부도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혔다.

법률상담을 맡은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6일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출근할 때 직원들의 핸드폰을 일괄 압수하는 직장들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시마이’가 봉제의 마무리 작업이라는 것을, 동대문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엊그제 만나 처음 알게 되었다. 노동이니, 노동3권이니 떠들던 나는 과연 얼마나 노동 현실과 노동자를 이해하고 있었던 걸까…”

직장갑질119는 앞으로 상담 사례들을 정리해, 고용노동부 진정, 인권위 제소,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의 절차를 밟고, 공익 사건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지원도 진행할 계획이다. 직장갑질119는 또 전태일 열사 분신 47주기를 이틀 앞둔 오는 11일에는 온라인 상담방 개설 열흘 간의 상담과 고발 내용을 전수 조사·분석한 가칭 ‘2017 시다들의 사연’ 보고서를 내기로 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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