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펴낸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보호 핸드북>에 실린 이미지 갈무리.
정부가 기업을 대상으로 이른바 ‘진상’ 고객의 횡포에 감정노동자들이 ‘업무 중단’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또 피해 노동자들에겐 심리상담과 치료, 민·형사상 조치에 필요한 법률 지원도 제공할 방침이다.
6일 고용노동부는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보호 핸드북>(이하 핸드북)을 발간해, 정부·공공기관 355곳과 전국의 50인 이상 서비스업종 사업장 1만9000여 곳에 배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콜센터 현장실습 고등학생의 자살, 인터넷 방문수리 기사 피살 사건 등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정신적·신체적 폭력에 따른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가운데, 고객들의 폭언과 폭력, 성희롱 피해로부터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는데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만들어 적극 대응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감정노동이란 “말투나 표정, 몸짓 등 드러나는 감정 표현을 직무의 일부로 연기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참고 통제하는 일이 수반되는 노동”을 말한다. 고객, 환자, 승객, 민원인 등을 직접 대면하거나, 음성 및 온라인 대화매체 등을 통해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 응대 업무 과정에서 주로 나타난다. 항공기 승무원, 콜센터 상담사, 호텔 및 음식점 종사자,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판매업무 종사자들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현재 560만~740만명의 노동자가 감정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31~41% 수준이다.
핸드북에는 감정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한 10가지 조치가 담겼다. 고객의 부당한 요구가 반복될 경우 서비스 중단 경고와 업무중단권 부여 및 상담·치료를 비롯해, 업무처리 재량권 부여, 노동자에게 불이익 처분 금지. 휴식권 보장, 직무 스트레스 완화 및 예방 교육, 고객응대 매뉴얼 마련, 고충 처리 위원 배치 및 건의제도 운영 등이다. 특히 업무 중단권은 폭력·폭언 등 위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감정노동자의 신체적 안전과 정신적 안정을 위해 업무를 일시 중단하고 적정한 휴식·휴가를 주거나 근무 장소를 바꿔주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폭언, 폭행 등 극단적 횡포를 저지른 고객에 대해 고소, 고발, 손해배상 청구 등 민·형사상 조치를 할 때에는 사업주가 적절한 지원을 해주도록 했다.
고용부는 핸드북의 보급을 위해 이달 중 정부 및 공공기관과 감정노동자 다수 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순회 설명회를 하고, 근로감독관과 민간 재해예방전문기관 등을 통해 지속적인 방문 지도를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핸드북은 고용부(www.moel.go.kr)와 안전보건공단(www.kosha.or.kr)의 누리집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