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공약’ 위해선 15.6% 이상 올라야
노·사안 표결 때 공익위원 표심에 영향 미친듯
노·사안 표결 때 공익위원 표심에 영향 미친듯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인상된 시급 753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시작된 이래 역대 4번째로 높은 인상률로,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까지 시급 1만원 달성’이라는 공약이 최저임금 고율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임위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임위 11차 전원회의에서 8시간의 격론 끝에 노동자위원 최종제시안 7530원(16.4% 인상), 사용자위원 최종제시안(12.8% 인상)을 표결에 부쳐 전체 위원 27명 가운데 노동자쪽 15표, 사용자쪽 12표로 7530원으로 결정했다.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률 16.4%는 2001년 16.6% 이후 최고치로, 역대 4번째로 높은 인상률이다. 역대 인상률 1위와 2위가 최저임금 도입 초기인 1989년과 1991년인 점을 고려하면, 17년만의 최고치로 봐도 무방하다.
이같은 고율 인상은 문 대통령의 ‘2020년까지 시급 1만원 달성’ 공약 이행을 위해선 연 평균 15.6% 이상 올라야 하는 상황도 고려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왔던 공익위원들의 표심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노·사 위원들이 각각 안을 지지한 것으로 가정했을 때, 공익위원 9명 가운데 6명이 노동자쪽을, 3명이 사용자쪽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난다.
최종 7530원으로 타결되기까지 노·사·공익은 팽팽한 수 싸움을 벌였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된 회의 초반부터 어수봉 최임위 위원장은 10시30분부터는 정회 없이 표결에 부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혀, 노사 양쪽에 수정안을 제시하라는 압박을 가했다. 노·사 양쪽이 지난 회의에서 제시된 노 9750원, 사 6670원에서 추가 수정안 제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어 위원장은 “추가 수정안을 내지 않으면 그대로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쪽은 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채 2차 수정안을 냈고, 노동자쪽은 2차 수정안을 내지 않았다.
이후 노·사 양쪽은 각각 8330원과 6740원을 3차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공익위원들은 또다시 중재에 나서 노·사 양쪽에 4차 수정안이자 최종안을 제시해, 노동자쪽 7530원, 사용자쪽 7300원을 제시하는데 이르렀다. 공익위원들은 사용자위원들에게는 ‘하한액’을 노동자위원들에게는 ‘상한액’을 제시한 뒤 이를 고려해 최종제시안을 내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 위원장은 “금일 의결된 최저임금 수준은 어느 한쪽의 치우진 결정이 아니라 노사의 고통분담을 통한 상생의 결정이고 현재 우리 사회가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면서 지탱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수준에 대한 치열한 토의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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