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 예외 대상
장애1급 취업 6년차 20대 월 17만원
하루 1천원꼴…최저임금의 7분의1
“본인 생계 해결할 정도는 됐으면”
장애1급 취업 6년차 20대 월 17만원
하루 1천원꼴…최저임금의 7분의1
“본인 생계 해결할 정도는 됐으면”
“직장 다니는 것은 맞죠. 근로계약서도 쓰고 있고, 하루 8시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꼬박꼬박 출근하니까요. 그런데 임금이….”
1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들 최지훈(25)씨에 대해 자랑스럽게 설명하던 어머니 배연희(55)씨의 말문이 ‘월급’ 이야기에 막혔다. 발달장애(지적장애) 1급 장애인인 최씨는 어엿한 6년차 직장인이다. 2011년부터 서울 서대문구의 한 장애인 근로사업장에서 쇼핑백 손잡이 끈을 달거나, 생산돼온 양말 실밥을 정리하고 짝을 맞추는 등의 일을 해왔다.
최씨의 한 달 임금은 올해 들어 17만원이 됐다. 시급으로 따지면 1000원을 조금 웃돈다. 식대나 각종 세금을 제하고 나면 한 달에 8만9000원 정도를 손에 쥔다. 한 달에 두어 차례 음료수를 들고 아들의 직장을 찾는다는 배씨는 “6년 전 일터에 나가 물놀이만 했던 아들이 지금은 ‘일 잘한다’는 칭찬도 받고 작업 과정도 척척 알아듣는다”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직장에서 많은 걸 배웠지만 정작 노동과 임금의 가치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우질 못하는 게 현실인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올해 최저임금 126만270원(월 환산액 기준)의 7분의 1 정도인 최씨의 월급 17만원은 현행법상 ‘합법’이다. 최저임금법은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최저임금의 적용 제외’ 규정을 두고 있다. 1년에 한 차례씩 노동부 직원의 ‘능력 검사’를 통해 최저임금 적용 제외자 판정을 받는다. 배씨는 아들을 대신해 최저임금 수준과는 한참 동떨어진 근로계약서에 매년 서명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중증장애인 노동권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중증장애인 노동자 190명의 한 달 평균 급여는 49만5220원으로 나타났다.
장애인들의 일자리는 “다른 직업으로 가는 통로나 훈련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유일한 일자리이자 생계”라는 게 배씨의 말이다. 실제로 근로사업장과 같은 장애인 일자리는 ‘거쳐가는 일자리’가 아닌 장기 일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인권위가 조사한 장애인노동자 274명 가운데 173명(62.6%)은 3년 이상 같은 곳에서 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정훈 정책국장은 “장애인 노동은 훈련이 아니라 생계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많은 이들이 장애인의 생계는 복지면 되지 않느냐고 이야기하지만, 가장 정도가 심한 최중증 장애인이라도 연금과 지자체?정부의 지원금을 다 합쳐 한 달 80만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매달 활동보조인 본인부담금으로 8만원 정도가 들고, 약값으로 3만~4만원이 든다. 지난해에는 치아관리가 잘되지 않아 1000만원 정도를 치과 치료에 썼다고 한다. “정말정말 세상이 좋아져도 우리 아들은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일자리를 구하긴 어려울 거예요. 부모인 제가 없어도 본인이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이길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을 부리는 걸까요.” 내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다가오면서, 이런 ‘부질없는 상상’이 잦아졌다고 배씨는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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