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사업본부 대의원에 출마한 47명의 소속과 당락여부 득표 현황과 함께 ‘분석’란에 영문으로 아르(R), 와이(Y), 지(G) 등 세가지로 출마자의 성향이 적혀 있다.
현대중공업이 노동조합 간부의 성향을 기록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나흘 전엔 현대중의 전직 운영지원과장이 노조 사찰 사실을 폭로했다.
백형록 현대중공업노조 위원장과 하창민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은 22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5년 1월 치러진 현대중공업노조 대의원 선거 직후 회사 쪽이 대의원의 성향을 분석해 관리한 ‘27대 대의원선거 득표 현황’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을 보면, 해양사업본부 대의원에 출마한 47명의 소속과 당락 여부 득표 현황과 함께 ‘분석’ 난에 영어로 아르(R), 와이(Y), 지(G) 등 세가지로 출마자의 성향이 적혀 있다. 시운전부 소속으로 대의원에 당선된 이아무개씨와 조아무개씨한테는 아르(R)라고 표기했다. 노조 쪽은 “아르는 레드(Red)의 약자로 조합원 가운데 강성인 성향을 뜻한다”고 밝혔다. 와이(Yellow의 약자)는 중도 성향, 지(Green의 약자)는 회사 쪽에 가까운 성향을 뜻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해당 문건을 해양사업부 노무 담당 직원한테서 제보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18일에는 현대중공업에서 2011년까지 노무관리를 맡는 운영지원과장으로 일하다 퇴사한 이아무개씨가 재직 당시 조합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면서 노조 활동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이씨는 “아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필터링해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정파 가운데 강성인) 전노회, 청년노동자, 공대위 쪽 사람들이 출마하면 그들이 집에 가서 씻으러 (욕실에) 갈 때까지 관리했다”고 말했다.
노조 쪽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사는 그동안 회사의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와 현장조직의 개인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특별 관리하며 철저하게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탄압해왔다. 과연 이런 행위가 세계 1등 조선소 대기업에서 벌어진다는 것이 정상이냐”며 회사 쪽의 사과와 경영진 문책,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출처를 알 수 없는 문서로, 개인이 임의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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