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오만도 판결…산별노조 타격
‘산업별 노조’의 하부조직이 단체교섭·단체협약 능력까지 갖추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기업별 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산별노조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노동계의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9일 “기업노조로 전환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며 금속노조 발레오만도 지회장과 조합원 등 4명이 발레오전장 노조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관 8명이 낸 다수의견은 “발레오만도지회는 산별노조로 전환하기 이전에 기업별 노동조합이었고, 그 후에도 총회·지회장 등의 기관을 갖추고 활동해왔다”며 “기업별 노조와 유사한 근로자단체(비법인사단)로서 실질을 갖고 있어 독립성이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조직형태 변경 결의에 의해 기업별 노조의 조직을 갖출 수 있다”고 판결했다. 산별노조의 지회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경우’에만 조직 변경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기존 판례의 범위를 크게 넓힌 것이다.
반대의견을 낸 이인복·이상훈·김신·김소영·박상옥 대법관은 “노조법은 노조가 주체가 된 조직형태 변경만을 허용하므로, 산별노조의 조직형태 변경 결의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산별노조뿐”이라며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은 노조로서 실질이 있는 경우에만 자체 결의로 산별노조를 탈퇴할 수 있으나 발레오만도지회는 노조로서 실질이 있는 단체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2010년 주식회사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의 노조인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는 회사의 경비업무 외주화에 반발해 연장근로를 거부했고, 회사는 직장폐쇄로 대응했다. 직장폐쇄가 길어지자 만도지회의 조합원들이 두 차례의 조합원 총회를 거쳐 조직형태를 기업별 노동조합인 발레오전장노동조합으로 변경하고 위원장 등 지도부도 새로 뽑았다.
원고 쪽 김태욱 변호사(전국금속노조 법률원)는 “대법원의 결정은 노조와 민법상 ‘비법인사단’의 차이를 두지 않은 부당한 판결”이라며 “발레오만도지회는 교섭권이 없을 뿐 아니라 ‘비법인사단’으로서 실체도 없다는 점을 파기환송심에서 강하게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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