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이전까지 불법파견 상태에서 일하다 원청에 직접고용되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원청의 동종·유사 업무를 하는 정규직 노동자와 같아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달 14일 복합비료 생산업체인 남해화학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2009년 해고당한 유아무개(43)씨 등 3명이 남해화학을 상대로 낸 미지급 임금 확인소송에서 이들 노동자가 정규직과 달리 차별받은 임금과 해고 뒤 받지 못한 임금 등 3억여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되는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은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을 경우 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근로조건과 동일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유씨 등은 1997~2000년 전남 여수에 있는 남해화학 공장의 사내하청 업체에 입사해 복합비료 생산설비 운전 등의 일을 했다. 원청 정규직과 함께 같은 근무조에 짜여 하루 중 일부 시간은 일을 함께 하기도 했으나 임금 등 처우는 정규직보다 훨씬 낮은 데 문제의식을 느낀 노동자들은 2008년 12월 남해화학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들 노동자가 남해화학의 정규직임을 인정했다.
이들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이어 낸 이번 임금소송에서 회사 쪽은 이들 노동자를 설령 원청 직원으로 본다 하더라도 노동조건은 하청업체에 있을 당시 수준만 보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현대·기아차 등 불법파견 소송을 벌이는 노동자들이 회사 쪽에서 밀린 임금을 받거나 정규직 복직 뒤 노동조건을 결정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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